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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1590원대로 겨우 내렸는데…사우디 '감산'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가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꾸준한 내림세를 보여온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에 변수가 등장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추가 감산 소식이다. 국제 원유 시장이 출렁임에 따라 기름값 하락 기조가 주춤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물가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5일 오후 4시 기준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590.1원을 나타냈다. 한 달 전만 해도 1650원대였지만, 5주 연속 내리막을 타면서 지난달 30일부터 1600원 아래로 내려왔다. 1500원대 복귀는 4월 4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경유는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초 1530원을 훌쩍 넘겼던 경유 판매가는 한 달 새 100원 넘게 떨어지면서 5일 오후 기준 1408원을 찍었다. 지난주까지 6주째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월 이후 2년 만의 13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엔 최근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세가 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싱가포르 거래분)은 1일 기준 배럴당 71.7달러로 지난 3월 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도 보합세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기 회복 지연, 미국 내 원유 재고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조용하던 기름값을 사우디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흔들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장관급 회의를 열고 올 연말까지 예정됐던 기존 감산 정책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내년 하루 원유 생산량은 4046만3000배럴로 제한하기로 했다. 특히 사우디는 7월부터 최소 한달간 원유 생산량을 하루 100만 배럴 추가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유가도 출렁였다. WTI(서부텍사스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3~4%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건물에 걸린 OPEC 로고. AP=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의 OPEC 본부 건물에 걸린 OPEC 로고. AP=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약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경유 값도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럴 경우 국내 물가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3.3%를 기록한 데엔 석유류가 18% 하락한 게 크게 작용한 바 있다. 하지만 석유제품 가격이 흔들리면 물가의 하향 안정세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물가상승률의 품목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석유류가 -1%포인트로 물가를 내리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수입액이 늘어나면 지난 1월 이후 꾸준히 줄고 있는 무역적자의 악화도 피할 수 없다.

다른 한편에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글로벌 경기 문제가 추가 감산보다 더 큰 변수이기 때문에 당장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에도 비축 물량이 꽤 있는 만큼 물가 압박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국제 유가는 수요 증가 등에 따라 조금씩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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