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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전을 우승으로…장미 꽃망울 활짝 터뜨렸다

중앙일보

입력

로즈 장이 5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정상을 밟은 뒤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즈 장이 5일(한국시간) 끝난 LPGA 투어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정상을 밟은 뒤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초청선수로 나온 ‘초짜 루키’ 로즈 장(20·미국)이 대형사고를 쳤다. 프로 전향 후 처음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정규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대형 신인의 등장으로 미국 골프계는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로즈 장은 5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리버티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없이 보기만 2개를 기록해 9언더파 279타 공동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이어 동타의 제니퍼 컵초(26·미국)를 연장전 두 번째 홀에서 꺾고 정상을 밟았다. 우승상금은 약 5억4000만 원이다.

지난달 말 프로로 전향한 로즈 장은 이로써 LPGA 투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먼저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을 우승으로 장식한 선수는 고(故) 베벌리 핸슨 이후 72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다. 2014년 작고한 핸슨은 27살이던 1951년 이스턴 오픈에서 생애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또, 로즈 장은 역대 초청선수 신분으로 정상을 밟은 네 번째 선수가 됐다. 이전 사례는 2010년 JTBC 클래식 우승자 서희경(37)과 2011년 나비스타 LPGA 클래식을 제패한 렉시 톰슨(28·미국), 2012~2013년 캐나다여자오픈 챔피언 리디아 고(26·뉴질랜드)뿐이다. 국내 투어의 경우 이름값 높은 스타는 ‘초청’하고, 로즈 장과 같은 신예는 ‘추천’해서 경기를 뛰게 하지만, LPGA 투어는 큰 차이를 두지 않고 초청(invite)한다고 표현한다.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 로즈 장은 이미 미국 골프계에선 이름이 널리 알려진 특급 유망주였다. 타이거 우즈(48)와 미셸 위(34·이상 미국)가 나온 스탠퍼드대 소속으로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최초의 개인전 2연패, 스탠퍼드대 사상 최다 우승(12승),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 최장기간(141주) 기록 보유자로 존재감을 뽐냈다. 그리고 스폰서 초청선수로 나온 이번 대회에서 프로 선배들을 모두 제치며 아마추어 1인자의 화려한 데뷔를 신고했다. 특히 NCAA 2연패부터 프로 전향, 이번 우승까지는 보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대학 선배들과의 인연도 흥미롭다. 먼저 이번 대회는 미셸 위가 호스트로 나섰다. 미셸 위는 로즈 장처럼 아마추어 무대를 일찌감치 평정한 뒤 2005년 프로로 뛰어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둘 모두 아시아계 미국인이기도 하다. 미국 ESPN은 “로즈 장은 2005년 미셸 위 이후 가장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프로로 데뷔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의 호스트인 미셸 위가 5일(한국시간) 우승을 차지한 로즈 장과 포옹하고 있다. 둘은 미국 스탠퍼드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AP=연합뉴스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의 호스트인 미셸 위가 5일(한국시간) 우승을 차지한 로즈 장과 포옹하고 있다. 둘은 미국 스탠퍼드대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AP=연합뉴스

로즈 장은 우즈로부터 축하 메시지도 받았다. 우즈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로즈 장에겐 믿을 수 없는 몇 주였을 것이다”고 썼다. 공교롭게도 로즈 장보다 앞선 스탠퍼드대 사상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했던 이가 11승의 우즈였다.

이처럼 미국 골프계가 주목하는 로즈 장. 역사적인 우승까지 가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마지막 날 버디를 하나도 잡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최종라운드를 치른 62명 중 버디를 기록하지 못한 이는 로즈 장뿐이었다. 특히 1타 차이 단독선두를 달리던 18번 홀(파4)에선 2m짜리 파 퍼트를 놓쳐 컵초와 9언더파 동타가 됐다.

로즈 장. AP=연합뉴스

로즈 장. AP=연합뉴스

다 잡은 우승을 놓치는 듯 보였던 로즈 장은 연장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아픈 기억이 있는 18번 홀에서 펼쳐진 연장 승부. 1차 연장을 서로 파로 비긴 뒤 2차 연장에서 파를 잡아 보기를 기록한 컵초를 눌렀다.

로즈 장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바로 지난 주 학교 동료들과 NCAA에서 우승했다. 또, 프로로 전향해 이 대회를 뛴 것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내 모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LPGA 투어는 정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비회원에게 회원 자격을 준다. 로즈 장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해 LPGA 투어의 정식 일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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