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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차기男 신상공개 영상 474만뷰…정작 피해자는 당혹스럽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탐정’을 자처하는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인 30대 남성 A씨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피해자는 "나한테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피해자 측은 이번 신상공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해자 2심 선고에 영향을 줄까 봐 우려하고 있다.

신상 공개 유튜버 “책임지고 고통 나누겠다”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채널에 A씨 신상공개 내용이 담긴 9분 분량 영상이 게시된 건 지난 2일이다. 구독자 수가 74만여명인 이 채널에 공개된 ‘부산 돌려차기남 A’ 영상 조회 수는 5일 현재 474만회를 넘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출입구에서 일어났다. A씨는 머리를 강하게 발로 차 기절시킨 피해자 B씨를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뒤 약 8분간 머물렀다 달아났다. 1심에서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에 대한 살인미수 혐의는 2심 재판에서 DNA 감식 결과 등 증거 보완에 따라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변경됐다. 검찰은 1심 형량의 2배가 넘는 징역 35년을 구형해 2심 오는 12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지난 2일 올린 영상에서 A씨 얼굴 사진과 이름·나이·주거지를 포함해 신장과 체격 등 정보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B씨 인터뷰 내용도 담겼다. B씨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 여러 차례 A씨 신상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한 사실과 이에 대한 답답함 등을 털어놨다. 유튜버는 “(공개로 인한) 보복 범죄는 물론 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고, 피해자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고심 끝에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입구에서 30대 남성 A씨가 피해자 B씨의 머리를 발로 차 쓰러트린 뒤 재차 공격하고 있다. [사진 로펌 빈센트]

지난해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입구에서 30대 남성 A씨가 피해자 B씨의 머리를 발로 차 쓰러트린 뒤 재차 공격하고 있다. [사진 로펌 빈센트]

이후 온라인에서는 ‘A씨 신상 총정리’ 등 정보와 함께 A씨 것으로 추정되는 SNS 계정 주소가 퍼지는 등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해당 영상에는 3만건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일부는 후원을 통해 유튜버를 응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적 제재와 관련해 해당 채널은 물론 피해자인 B씨를 비판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억울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는 등 내용이다.

“공개 협의도 한 적 없다” 피해자 당혹

B씨 인터뷰가 담긴 이 영상은 공공기관을 통한 A씨 신상공개가 뜻대로 되지 않자 B씨가 유튜버에게 의뢰해 이를 공개했다는 인상을 주도록 제작됐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을 본 피해자 B씨와 변호인 측은 크게 당혹했다고 한다. B씨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해당 유튜버에게 A씨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 (유튜버가) 내게 공개 관련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영상에 담긴 본인 인터뷰 내용에 대해 B씨는 “혹시 모를 추가 범행 등을 예방하려는 취지로 A씨 신상공개를 원했던 것”이라며 “다만 그 방법은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같은 내용을 인터뷰에서 말했을 뿐, 유튜버가 영상을 통해 A씨 신상을 공개한 사실은 영상을 본 뒤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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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 측을 대리하는 남언호 로펌 빈센트 대표변호사는 “1심 재판 땐 살인미수 혐의만 다퉜다. 2심에서 DNA 감정 등을 통해 어렵게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고 선고가 코앞”이라며 “피해자로서는 재판부를 자극하거나 여론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사적인 신상공개를 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이유 공개, 면책 어려울 것”

전문가는 이 같은 유튜버의 신상공개 행위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만약 경각심 고취 등 공익적 목적을 위해 신상을 공개했다면 면책을 주장할 여지가 있겠지만, 해당 유튜버는 ‘피해자 고통 분담’ 등 사적인 이유를 영상에서 밝혔다”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또한 사건 당사자인 피해자를 불편하게 하는 등 보도에 따른 피해 최소화 원칙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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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큘라 탐정 사무소 측은 구체적인 공개 경위 등을 묻는 이메일 질문에 “이 같은 신상공개는 불법이며, 범법을 저지르게 돼 안타깝다. 다만 이 같은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변론은 하지 않겠다. 저희 채널의 미디어 영상 제작에 노력을 쏟겠다”고 답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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