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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업 시행사 '250억 먹튀'...합천군, 대출금 물어줄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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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경남 합천군이 수백억원대 손해배상을 해야 할 위기에 놓였다. 군이 야심 차게 추진한 합천영상테마파크 숙박시설(호텔) 조성사업 시행사 대표가 사업비 수백억원을 대출받고 잠적해서다. 건축 설계비가 10배 부풀려지는 등 과도한 사업비 지출 경위를 추궁하자 대표는 종적을 감췄다.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감도. [사진 합천군]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감도. [사진 합천군]

200실 규모 호텔 짓겠다더니…

5일 합천군 등에 따르면 A씨(50대)가 대표로 있는 모 시행사는 2021년 9월 합천군과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조성사업 실시협약을 맺었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합천군 용주면에 있는 합천영상테마파크 내에 연면적 1만4000㎡(약 4235평), 200실 규모 호텔을 건립하는 게 골자다.

군은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시행사는 호텔을 준공해 군에 기부채납한 뒤 20년간 운영권을 갖는 조건이다. 민간자본 590억원이 투입되는데, 590억원 중 40억원은 시행사가 부담하고 나머지 550억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대출받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9월 경남 합천군 용주에서 열린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착공식' 현장. [사진 합천군]

지난해 9월 경남 합천군 용주에서 열린 '합천영상테마파크 호텔 착공식' 현장. [사진 합천군]

사업비 뻥튀기 추궁…대표는 ‘연락 두절’

호텔 조성사업은 지난해 9월 착공식도 열었고, 터파기 공사도 진행됐다. 그런데 시행사 측은 물가 상승에 따른 자재비 급등 등을 이유로 합천군에 사업비 15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군은 사업비 집행내용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사업비가 과도하게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단적인 예로, 설계비가 10배가량 부풀려졌다고 한다. 해당 설계비는 1평(3.3㎡)당 8만원~1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면적 4235평 규모이면 3억3880만원~4억2350만원이 적정했단 게 군의 설명이다. 그런데 시행사가 쓴 설계비는 40억원으로 파악됐다. 군은 이를 확인하고자 A씨에게 연락했지만, 지난 4월 19일 이후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A씨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전경. [사진 합천군]

경남 합천영상테마파크 전경. [사진 합천군]

횡령ㆍ배임금 250억원 추정

합천군은 시행사가 약 250억원 상당을 배임ㆍ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금액은 대출금 550억원 중 신탁회사에 맡긴 공사비 약 3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다. 시행사가 부대비용(설계비·자문료·세금·집기류 구매 등)으로 대출받은 돈인데, 전체 사용처와 실제 집행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군은 최근 시행사 측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군은 PF 대출약정 근거인 실시협약에 따라 1년 안에 대체 사업자를 선정해 대출 약정 권리·의무를 이어받게 해야 한다. 그렇게 못하면, 실시협약상 금융기관은 미회수 대출금 손해배상을 군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횡령 사태 탓에 대체 사업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250억원 중 제대로 집행된 것도 있겠지만, 어디에 얼마의 돈을 썼는지 파악이 안 된다”며 “때문에 우선 횡령·배임한 것으로 추정 중이고, 피해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진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경남경찰청. 사진 경남경찰청

경남경찰청. 사진 경남경찰청

합천군, 시행사 대표 등 횡령·배임 고발

합천군은 지난달 31일 시행사 대표 A씨 등 업체 관계자 5명을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과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남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표 A씨 이외 나머지 4명은 연락이 닿는다”며 “현재까지 A씨가 해외로 출국한 기록은 없다. 절차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천군은 지난 2일 경남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도 요청했다. 시행사 선정 과정 등 업무 추진 과정에서 위법한 사실 등이 없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박민좌 합천군 기획예산실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고 시행사뿐만 아니라 업무 담당 관련 주체에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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