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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선관위 의뢰 보고서엔 "인사비위 감찰, 부당간섭 거리 멀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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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감사위원 회의에서 감사원 감사 거부 입장을 정한 뒤 회의실을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뉴스1

지난 2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감사위원 회의에서 감사원 감사 거부 입장을 정한 뒤 회의실을 나오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다. 뉴스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특혜채용 의혹 감사를 거부하는 가운데, 선관위가 의뢰해 발간된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선관위가 2020년 한국비교공법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의 위헌성 검토’ 보고서다. 조소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여러 공저자가 참여한 해당 보고서엔 선관위와 감사원이 논쟁 중인 ‘선관위의 직무감찰 범위’에 대한 연구 결과가 담겨있다. 현재 논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현재 선관위는 헌법 기관임을 내세워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 감사원에 인사자료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내세워 “선관위는 인사 감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고 맞서는 중이다.

보고서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적 지위를 갖고, 선거관리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므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제한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과도한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서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감사범위를 명확히 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선거 사무가 아닌 인사 관련 감사에 대해선 선관위 주장과 배치되는 의견이 눈에 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특혜채용 의혹 감사 거부시 즉각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스1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특혜채용 의혹 감사 거부시 즉각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스1

보고서엔 감사원이 2016년과 2019년 선관위 감사 때 지적한 부당한 인사 사례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직원 채용 시 엉터리 채점으로 합격자가 뒤바뀐 사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직원이 경고만 받은 사례 ▶승진 인원 확정 전 미리 승진시킨 사례 ▶서류전형 시험위원 위촉 규정이 없는 사례 ▶외유성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례 등이다. 보고서는 “이와 같은 직무감찰 결과는 감사원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야당 탄압 내지 정당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며 “선관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엔 “선관위 직원에 대한 직무수행이 감찰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감사원 감사를 대신해 선관위 자체감사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선관위는 감사원이 헌법기관인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에 대해선 회계감사만 하고 있으므로 선관위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감사원이 지적한 경력 채용 엉터리 채점이나 정원 초과 승진과 관련해 “(선관위 외) 다른 헌법기관 사례에선 없는 것을 직무감찰 제외 사유로 주장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거나 특정 정당을 탄압하는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보고서에 특정정당 탄압이 언급된 건 감사원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을 ‘국회·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법 24조)로 확정한 1994년 12월 국회 논의 당시 야당 의원들이 정치 탄압을 우려해 “제외 대상에 선관위도 포함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과 감사원의 반발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감사원은 선관위가 특혜 인사채용 의혹 자료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감사원법 위반으로 즉시 고발하겠단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용역보고서는 선관위 공식 입장이 아니다”며 “보고서 지적대로 자체 감찰 시스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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