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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같은 사람 만날라…"무섭다" 여대생들 과외앱 탈퇴 러시

중앙일보

입력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6년째 프리랜서 과외 교사로 활동 중인 김모(29·여)씨는 지난 2일 이용하던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탈퇴했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과외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부모가 ‘과외하기 전 애들 한번 만나보라’ 제안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며 “이번 사건을 보니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놀라서 앱을 탈퇴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벌어진 20대 여성 살해 사건 이후 온라인 앱에 대한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직격타를 맞은 건 탈퇴 러시를 맞은 과외앱이다.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주말새 “사건 터지고 찝찝해서 탈퇴했다” “첫 상담이 사이비종교였는데, 사건 이후 앱을 못쓰겠다” “무서워서 오늘 과외 취소했다” 등의 글이 잇따랐다.

아직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탈퇴를 고민하거나, 대안을 모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화여대 재학생 이모(19·여)씨는 “사진 등 개인정보를 올려놓은 게 불안해서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재학생 정모(21·여)씨는 “안전을 위해서 대면 과외에서 화상 과외로 변경했다”며 “범죄가 걱정되긴 하지만 등록금에 월세까지 내야하는 형편에 과외 중개 앱을 쓰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중개앱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는 이른바 ‘재능마켓’이라고 불리는 구직 중개앱 사용자들에게도 퍼져나가는 중이다. 과거 중개앱을 활용한 범죄는 주로 랜덤채팅앱을 악용한 성범죄에 국한됐지만 최근에는 다양화하는 추세라서다. 지난해 8월 의정부에서는 성매매 등 전과 2범이던 20대 남성이 과외앱으로 대학생을 유인해 성폭행을 시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스페인어 통번역학을 전공한 뒤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활동 중인 박모(27·여)씨는 “비대면으로 하겠다고 했더니 ‘무조건 뵙고 싶은데…’라며 연락처만 받아간 의뢰인도 있었다”며 “이번 사건 이후 탈퇴도 고민했지만 대체할 만한 구직 플랫폼이 없어서 계속 쓰려고 한다. 다만 더 조심하고 한번 더 의심해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구인·구직앱 이용자들은 “구직자의 사진과 학력·거주지 등 개인정보는 무차별 노출되는 반면, 의뢰인에 대한 정보는 구직자들이 거의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이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중앙대 재학생 소모(22·여)씨는 “지난해 10월 과외앱으로 한 학부모가 연락 대면 면접을 요청하더니 느닷없이 심리테스트를 하자고 했다”며 “상대방은 내 정보를 다 아는데, 나는 상대 정보를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유정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과외앱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학생·학부모의 신원 인증을 강화하고, 선생님의 프로필에서 거주 지역, 개인 사진 등을 필수 입력 사항에서 선택 사항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개인 대 개인의 선의에 입각한 솔직한 정보교환이 필요하다. 중간에서 중재하는 업체들이 양쪽의 정보가 옳은지 아닌지를 검증하고 확인해주는 단계가 있다면 보다 안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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