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분이 들은 이야기인데 화요일 전후로 한국 프로야구판에 핵폭탄급이 터질 예정이라고 한다. (…) 절대 상상도 못 할 깜짝 놀랄 만한 핵폭탄이 터질 예정이다. 궁금해서 화요일까지 잠 못 잘 예정.
핵폭탄좌
시작은 단 5줄의 문장이었다. 2021년 1월 23일 토요일 새벽 ‘엠팍’(야구 커뮤니티 MLB파크의 줄임말)에 출처불명의 루머가 등장했다. 글에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도 없었지만, 야구계 전체가 민감하게 반응했다. 정체를 숨긴 작성자가 예전에도 고급 정보를 미리 엠팍에 올린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누리꾼들은 글쓴이를 ‘핵폭탄좌(坐)’라고 지칭했다. 그 내용의 진위 여부와 더불어 핵폭탄좌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부터 인천 강화의 부동산업자까지, 추측만 무성했을 뿐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핵폭탄급 뉴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스포츠부 기자들까지 달라붙었지만, 아무도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 채 주말이 흘러갔다. 심지어 김성용 와이번스 홍보팀장(현 랜더스 홍보팀장)도 “남몰래 SK텔레콤 인맥을 통해 실체를 파악하려 해봤지만 별 말을 듣지 못했다”고 떠올릴 정도로 극비리에 일은 추진됐다. 초기에 “인수설은 사실무근”이라는 오보가 속출한 배경이었다.
갈증은 뜻밖에도 산업부 유통 담당 기자들에 의해 풀렸다. 1월 25일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 야구단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긴급 뉴스가 뜬 것이다. 하루 뒤인 1월 26일 공식 발표가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SK텔레콤이 보유한 SK 와이번스 지분 100%(1000억원으로 평가)와 야구단 소유 토지‧건물(352억8000만원)을 1352억8000만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하며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의 100% 고용승계’를 약속한다”가 골자였다. 2월 23일 본계약이 체결됐고, 3월 5일 KBO 승인을 거쳐 SSG 랜더스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