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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기업 5배 출연, 韓 기업 국제기여 미흡 너무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손명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이사장. 사진 라이트재단

손명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 이사장. 사진 라이트재단

"국내 진단기기 업체나 제약·바이오 기업이 우리 재단과 협업해 세계 공중보건 향상에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그리하게 되면 기업의 힘만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나라에 진출할 수 있는 단비와 같은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손명세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라이트재단·RIGHT Foundation) 이사장은 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국제보건기술연구기금은 2018년 보건복지부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9개 국내 제약 바이오기업이 공동 출연해 설립한 최초의 민관협력 비영리재단이다. 중·저소득국가의 감염병 분야 보건 형평성 증진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 진단기기 제품 연구 개발을 지원한다. 공동 출연한 국내 기업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 KT, 에스디바이오센서, 유바이오로직스, 바이오니아이다.

5주년 맞은 라이트재단 손명세 이사장 인터뷰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한국 정부가 손 잡고 라이트재단을 만들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혁신적 진단기기 재단(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FIND)’이 먼저 라이트재단에 감염병 분야의 진단기기 공동기금 출연을 제안해 왔으며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손 이사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공중보건 분야에 협력하자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라이트재단 설립 5주년을 맞아 한국의 위상을 강화할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나.
우리 재단이 지원한 7개의 백신 및 진단기기 관련 제품들이 2023~2028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인증(WHO PQ)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인증받은 제품은 국제보건분야 최대 구호기금인 글로벌펀드(Global Fund)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기타 UN 조달 체계 등 글로벌 보건 공공 조달 시장에 진입해 세계 중·저소득국가에 공급될 예정이다.  
감염병 예방은 얼마나 진행했나. 
호흡기계 감염병, 결핵과 말라리아 및 소외 열대 질환 등 15개 감염병 분야 45개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의 감염병 예방, 진단, 치료 기술을 중·저소득 국가에 맞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발전에 힘입어 우리 재단 2기 사업에 정부와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지원금을 2배로 증액했다.
우리 기업이 얼마나 성장했나.  
우리나라 진단 기기 산업은 최근 5년 연평균 8.3% 성장했다. 체외 진단이 52.1%를 차지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1년 의료기기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 대비 44% 증가해 3조 7489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관련 품목의 성장 덕분이다.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이끌면서 글로벌 공중보건 향상의 주역이 될 기회가 찾아왔다.

손 이사장은 "글로벌 공중보건 수준을 높이는 데 한국 기업의 역할을 확대하려면 공적개발원조(ODA)에 투입되는 기금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손 이사장은 일본 국제보건혁신기술기금(GHIT Fund, Global Health Innovation and Technology Fund)의 발전 속도에 한국 라이트재단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GHIT는 정부(후생성과 외무성), 일본 제약 바이오 업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10년 전 조성한 기금이다.

GHIT에는 20여개 일본 제약·바이오 기업이 참여한다. 출연 기금도 라이트재단의 5배가 넘는 4억 달러(5300억 원, 2023~2027년 기준)에 육박한다. 다케다, 시오노기, 후지필름, Yahoo Japan, Zoom 등이 참여한다. 최근 영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여 공공기금인 웰컴트러스트가 2000만 달러를 추가로 출연했다.

라이트재단은 뭘 도울 수 있나.
한국 보건 기업, 제약업계의 기술력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국제기구에 제공하고, 국제 조달 시장에 우리 기업이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이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서 시장을 확대하도록 돕는다. 

손 이사장은 "국내 다른 국제보건 관련 기관과 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여러 기관의 노하우·네크워크와 우리 재단의 국제적 네트워크가 결합하면 한국 보건산업 역량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인 손 이사장은 국제보건 전문가이다. WHO 국제보건규칙 (IHR) 개정위원회 위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WHO 집행이사회 부의장, 유엔에이즈계획 (UNAIDS) 특별보좌관, 유네스코 국제생명윤리위원회 (IBC) 위원, 아시아태평양공중보건학회 (APACPH) 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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