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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상어 다음 타자는 물범 ‘씰룩’ 페이크 다큐 [비크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밀리언볼트가 만든 '씰룩(SEALOOK)'의 한 장면.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밀리언볼트가 만든 '씰룩(SEALOOK)'의 한 장면.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128억 뷰. 유튜브 조회 수 1위 자리에 오른 동요 콘텐트 ‘아기상어’의 기록입니다. 유튜브가 구독자 5000만명 이상 채널에 주는 루비버튼까지 받았다고 해요.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중독성 있는 음악으로 전 세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겁니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이번엔 밀리언볼트와 손을 잡고 유아가 아닌 MZ를 공략합니다. 바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씰룩(SEALOOK)’인데요.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을 열었는데 벌써 구독자가 370만명에 달합니다. 오늘 비크닉에선 씰룩을 만들어 흥행시킨 더핑크퐁컴퍼니 권빛나 사업전략총괄이사와 밀리언볼트 안병욱 감독을 만나고 왔어요.

안병욱 밀리언볼트 감독(좌)과 권빛나 더핑크퐁컴퍼니 사업전략총괄이사(우).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안병욱 밀리언볼트 감독(좌)과 권빛나 더핑크퐁컴퍼니 사업전략총괄이사(우).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아기상어 들으며 큰 시청층을 잡아라

씰룩(SEALOOK) 주인공은 북극에 사는 물범들이에요. 말은 못하지만 저마다 개성이 넘칩니다. 하루종일메롱만 하는 장난꾸러기부터 직접 디제잉하는 음악 천재까지 각양각색이죠. 장르도 다양합니다. 코미디, 호러부터 먹방이나 ASMR(자율감각 쾌락 반응)까지 총망라하죠.

분량이 90초 내외로 짧은 데다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요. 대사 없이 표정이나 행동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언어의 장벽 없이 전 세계 사람이 즐길 수 있죠. 그 덕에 지난 3월 100만 구독자를 달성하더니 최근엔 구독자가 350만을 넘어섰어요. 반년 만에 큰 팬덤이 만들어진 거예요.

이런 성과는 예견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씰룩 기획과 제작을 맡은 밀리언볼트는 라바 제작진이 설립한 회사예요. 라바는 대사 없는 애니메이션의 대명사 격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최초로 넷플릭스에 공개돼 큰 화제가 됐죠. 유튜브에서 아기상어 신드롬을 일으켰던 더핑크퐁컴퍼니는 캐릭터 및 음원, 유튜브 운영 등 사업화 전략 전반을 담당하고요.

핑크퐁 영문 채널 유튜브 구독자가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유튜브 본사 로부터 받은 루비 버튼. 더핑크퐁컴퍼니.

핑크퐁 영문 채널 유튜브 구독자가 5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유튜브 본사 로부터 받은 루비 버튼. 더핑크퐁컴퍼니.

주요 타깃은 MZ세대입니다. 아기상어를 들으며 자란 10대부터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 유행을 이끄는 30대까지 공략하는 겁니다. 실제로 만 18세에서 34세가 씰룩 소비층의 62%를 차지해요.

“더핑크퐁컴퍼니는 글로벌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지향하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어보자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때 밀리언볼트에서 초기 기획 중이던 씰룩을 알게 됐고요. 씰룩이MZ세대 시청자까지 확장할 수 있는 콘텐트라고 확신했어요” (권빛나 이사)

#물범 페이크 다큐 애니메이션의 탄생

한가롭게 빙하 위에서 쉬고 있는 씰룩의 물범들.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한가롭게 빙하 위에서 쉬고 있는 씰룩의 물범들.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빙하 위에 한가로이 누워있는 물범. 하루하루 정신없이 치열하게 사는 현대인과는 대조적인 일상 보내는 이미지인데요.

“사람들이 좋아할 캐릭터가 무엇일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강아지·고양이·토끼 캐릭터는 이미 너무 많고, 그동안 소비되지 않은 동물을 찾으려 노력했어요. 그러다 빙하에 누워있는 물범 사진을 보게 됐죠. 큰 몸통에 짧은 손이 귀여웠고, 편안하게 누워서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호기심에 상상을 더해보고 싶었어요” (안병욱 감독)

캐릭터로 물범을 낙점하곤 제작진이 동물원으로 총출동했대요. 하루 종일 물범의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합니다. 최대한 실제 물범의 행동을 씰룩 캐릭터에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었죠. 다만, 울음소리는 물개소리도 일부 가져왔다고 해요. 오랜 관찰 결과 물범보다 물개가 내는 소리가 더 귀여웠다고 합니다.

씰룩 작업 중인 안병욱 밀리언볼트 감독. 밀리언볼트.

씰룩 작업 중인 안병욱 밀리언볼트 감독. 밀리언볼트.

씰룩의 지향점은 페이크 다큐라고 해요. 과한 설정을 피해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콘텐트를 의도했다고 합니다. 그 노력 중 하나로 물범들을 최대한 의인화하지 않기 위해 얼굴 표정 사용을 최소화했어요. 실제 동물처럼 동작이나 몸짓 중심으로 의사소통하는 모습을 담았죠.

그러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대요. 콘텐트를 끝까지 보게 하고, 또 찾게 하는 매력은 결국 재미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직군을 융합하기도 합니다. 보통의 애니메이션 제작팀엔 이야기를 짓는 작가와 이를 시각화하는 스토리보드 아티스트가 따로 있어요. 씰룩에서는 이 두 업무를 ‘스토리 아티스트’가 한 사람이 수행합니다. 아이디어 기획부터 연출까지 모두 담당해 내용과 표현방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한 거죠.

밀리언볼트만의 재미를 발굴하는 시스템도 만들었어요. 애니메이션 기획 초창기부터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콘텐트를 시사하는 방식입니다.

“스토리보드를 영상화한 애니메틱스를 만들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받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다는 의견이 다수로 나와야 실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피드백도 받는데, 생각지 못한 재미 요소가 많이 나와 놀라곤 합니다” (안병욱 감독)

#8개 언어로 번역, 시작부터 글로벌 타깃

함께 춤추고 있는 씰룩의 물범들.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함께 춤추고 있는 씰룩의 물범들.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콘텐트는 자체 재미와 공감에 집중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는 데이터 기반으로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청자와 소통한 게 채널을 흥행시킨 핵심 비결이라고 할 수 있어요.”(권빛나 이사)

실제로 더핑크퐁컴퍼니의 유튜브 채널 운영 담당자는 매일 유튜브 채널 CMS(Content Management System) 데이터를 확인해 클릭률이 높은 콘텐트 썸네일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따로 분류한다고 해요. 그 캐릭터 중심으로 썸네일을발 빠르게 바꾼다고 합니다. 시청자 댓글을 모니터링해 자주 언급되는 키워드를 뽑아 제목에 반영하기도 하고요.

글로벌 시청자를 위한 배려도 하고 있어요. 한국어를 단순 번역하지 않아요. 콘텐트 주제부터 가사, 스토리라인, 캐릭터, 유머코드까지 해외 언어권에 맞춰 제작하고 있습니다. 씰룩은 한국어·영어, 중국어 간체와번체, 일본어·스페인어· 포르투갈어·인도네시아어 등 총 8개 언어로 각각 제작하고 있어요.

2021년부터 자체적으로 문화감수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 지역마다 문화적인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더핑크퐁컴퍼니 구성원 중 해외에서 오래 거주했던 사람들을 모아 새 콘텐트를 만들 때 내용을 감수하게 해요. 해당 문화권별로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불편한 내용을 거르는 거죠.

#90년대생 임원의 익숙함 깨뜨리기

더핑크퐁컴퍼니는 90년대생 임원들이 탄생한 걸로도 유명해요. 권빛나 사업전략총괄이사, 주혜민 사업개발총괄이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둘은 2014년과 2015년에 입사한 이후 회사의 성장을 이끌며 단기간에 임원 자리에 오릅니다.

“더핑크퐁컴퍼니에서 일할 땐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유튜브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찾는 걸 보고 대세가 될 거라 생각했죠. 당장 매출로 연결되는 사업은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먼저 뛰어들어서 경험해보자고 판단한 게 성과로 이어진 거 같아요” (권빛나 이사)

이젠 대세가 된 유튜브는 기본이고, 앞으로 대세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요. 씰룩은 틱톡 채널까지 운영하는데 벌써 구독자가 92만명이라고 해요.

씰룩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북극곰과 만난 물범.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씰룩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북극곰과 만난 물범. 더핑크퐁컴퍼니·밀리언볼트.

이렇게 보면 씰룩은 어느 하나 기존 방식을 따르는 게 없어 보입니다. 물범이라는 캐릭터, 페이크 다큐 형식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콘텐트를 사업화하는 사람과 방식까지요. 넘쳐나는 콘텐트 가운데서 성공하는 콘텐트를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단순해보입니다. 기획부터 제작, 사업 모든 과정에서 익숙함을 깨뜨리는 거죠.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이면 캐릭터 시장 규모가 3367억 달러(44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시장을 노리며 제2의 아기상어를 만드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어요. 아기상어의 신화를 씰룩으로 깰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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