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은 911, 한국은 119..."주민들도 잘 모른다"는 北응급번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평양의 구급차. AP=연합뉴스

평양의 구급차. AP=연합뉴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은 119를, 미국은 911을 호출한다. 북한은 어떤 번호를 가지고 있고 어떤 구급, 응급체계를 갖고 있을까. 북한도 소방 및 구급 관련 응급 번호가 존재한다. ‘110번’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응급체계에 관해 설명하며 “응급 번호가 있지만 일반 주민들은 잘 모른다. 사용하고 있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급차와 관련한 법 제도와 도로 사정 등이 열악해 구급차를 운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안 센터장은 “북한에선 실제로 응급 상황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이 아는 직원이나 병원 사람에게 전화해서 차를 부른다”며 “일반 차나 공장 기업에 소속된 차, 아니면 병원에 소속된 차”라고 설명했다.

구급차는 환자 이송, 장기 이송, 의료 장비 수송, 혈액 수송 등을 해야 하고 의료진들이 비상 대기도 필수인데 북한은 이러한 특수한 임무를 위한 긴급자동차 운행에 관련된 제도와 장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2000년대 들어 국제기구의 구급차량 지원도 있었지만 이들 차량이 구급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안 센터장은 “구급차를 병원에서만 사용하지 않고 시장 물품을 운반, 사람 이송 등에 사용되고 있다”며 “구급차를 관리하는 사람이 차량으로 부업을 한다”고 전했다. 또 비포장 도로 등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구급차 정비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이 봉쇄된 가운데 북한 당국이 마련한 구급차를 타고 귀국길에 오르는 러시아 근로자들의 모습.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계정 캡처.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국경이 봉쇄된 가운데 북한 당국이 마련한 구급차를 타고 귀국길에 오르는 러시아 근로자들의 모습.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계정 캡처. 연합뉴스

북한에도 소위 응급을 담당하는 구급과가있지만 의료 인력들 사이에서 기피대상이다. 구급인력은 의사 2~3명, 간호원 3명 정도로 구성된다. 이들은 일과 시간에는 병원 응급 환자를 담당하거나, 지역 주민들을 위해 왕진을 한다. 야간 구급 환자를 위해서 당직도 선다.

안 센터장은 “(구급과는)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근무 부담이 크고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매우 많다”며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열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北, 구급 의료봉사 체계 연구 중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지방과 농촌의 보건사업 개선에 힘을 넣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장진군 병원.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지방과 농촌의 보건사업 개선에 힘을 넣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장진군 병원. 뉴스1

이러한 가운데 북한이 최근 구급차의 신속한 배치와 이동을 위해 체계를 개발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지난 2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홈페이지에 공개된 ‘구급차 배치를 위한 근사적인 대중봉사모형’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소개했다. 매체는 북한이 응급상황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구급차 배치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해당 논문은 “구급 의료봉사의 질을 높이는 데서 중요한 문제는 구급차 배치를 합리적으로 하여 구급 소생률을 높이는 것”이라면서 “구급 의료봉사체계의 평균 응답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구급차 배치를 위한 근사적인 대중봉사모형(Approximate Queuing Model)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연구했던 구급 의료 방식은 여러 곳에서 동시에 요청이 있을 시 구급차 출동 대수, 위치를 결정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과 문제점이 있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실제 북한은 응급 구조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오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평양의학대학병원 의료진의 사진을 싣고 "먼거리의료봉사체계를 통한 의사협의회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평양의학대학병원 의료진의 사진을 싣고 "먼거리의료봉사체계를 통한 의사협의회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지난해에 평양의학대학병원과 평양시 제3종합병원, 서성구역 병원, 모란봉구역 북새 종합진료소를 비롯한 평양시 안의 치료 예방기관들에 구급 의료봉사 지휘체계를 도입하는 과정에 많은 경험을 쌓았다”며 “올해에 평양시 안의 치료 예방기관들에서 구급 의료봉사 지휘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가동하도록 하는 사업과 도 구급지휘소들에 대한 지휘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사업을 현실성 있게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김일성종합대학 첨단기술개발원 정보기술연구소의 연구사들도 구급 의료봉사 지휘체계 ‘구급’ 1.0을 보다 현실성 있게 갱신하기 위한 사업과 각 도에 확대 도입하는 데서 제기되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창조적 지혜를 합쳐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