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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현대아울렛 화마(火魔) 딛고 9개월 만에 재개장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재개장 결정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재개장 결정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난해 9월 26일 지하주차장 내 화재로 8명 사상자가 발생했던 곳이다. 화재 이후 8개월 이상 영업중단 중이나 요즘 재개장 준비가 한창이다.

이날 지하 1층 입구에선 작업자들이 페인트칠 등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다른 쪽 입구에선 보수 장비를 실은 1t 화물트럭이 줄지어 지하층으로 내려갔다. 화재가 발생한 지하층은 현재 보강공사와 화재·안전 관련 시설이 교체된 상태라고 한다. 한 작업자는 “아직도 메케한 냄새가 남아 있지만 일을 못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건물 외벽에선 시커멓게 그을렸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이날 제품 브랜드 광고를 새로 붙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지상 1층에선 직원들이 매장에 진열할 상품을 이리저리 옮기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 매장 점주는 “화재 이후 지금까지 어디 가서 뭘 했는지 설명하자면 하루 이틀로도 모자란다”며 “언제 문을 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데, 하루라도 빨리 열자는 게 입점 업체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재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재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현대아울렛 측 '건물 임시사용허가' 제출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이하 현대아울렛)의 재개장 여부가 이르면 다음 주 결정된다.

2일 대전시와 유성구 등에 따르면 현대아울렛은 지난달 24일 유성구에 ‘건물 임시사용 허가’를 냈다. 그동안 중단했던 영업을 재개하겠다는 취지다. 대전시·유성구 등 자치단체를 비롯해 소방과 노동 당국은 관련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 임시 사용을 허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하루 뒤인 지난해 9월 27일 최초 발화 지점인 해당 건물 지하층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던 대전지방 고용노동청은 이달 7~8일쯤 해제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과 유성구의 임시 사용허가에 이어 마지막 단계로 대전노동청의 해제심의위까지 통과해야 재개장할 수 있다.

대전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관계기관에서 임시 개장을 위한 점검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아울렛) 건물 전체를 통제하는 방재실이 지하에 있기 때문에 ‘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조기 재개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재개장을 앞두고 말끔하게 도색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지하주차장 출입구가 재개장을 앞두고 말끔하게 도색돼 있다. 신진호 기자

소방·지자체, "신중하게 판단할 것"

건물 사용 인허가 기관인 유성구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사업장이나 한편으론 9개월 가까이 이어진 아울렛 입주업체의 경영난, 직원들의 고용불안,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 등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유성구 관계자는 “현대아울렛이 제출한 서류 등의 적법 여부를 검토하고 건축사협회에 업무 대행자를 지정해 현장을 확인한 후 관련 내용을 처리할 계획”이라며 “다만 영업 재개가 (최초 화재가 발생했던) 지하를 제외한 지상층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외벽에 브랜드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1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외벽에 브랜드 간판을 설치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재개장 결정돼도 지하층은 당분간 'X' 

관계 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 측이 낸 임시사용허가가 받아들여져도 주차장 등이 포함된 지하층은 이르면 9월 개방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 중이다. 아직 아울렛 화재사건과 관련한 재판이 끝나지 않아서다. 현대아울렛 측은 지상 주차장과 타워주차장과 인근 공터를 고객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최근 일부 구인·구직 누리집에서는 현대아울렛 대전점 매장에서 일할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등의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전문 워치브랜드 OOO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입니다. 2023년 6월 12일 오픈으로 동종업종 경력자 직원 모십니다’ 등 재개장 시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글도 올라왔다.

지난해 9월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지난해 9월 26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나고 있다. 이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사진 대전소방본부]

검찰, 현대아울렛 점장 등 7명 불구속 기소  

한편 대전지검 형사3부는 1일 현대아울렛 대전점 안전관리 담당자와 방재·보안시설 관계자 5명, 현대백화점·하청업체 법인 2곳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불이 난 아울렛 지하의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점장 등은 안전보건 관련 도급사 협의체를 꾸려 운영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면서도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한 것처럼 회의록을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지하주차장 하역장에서 시동이 켜진 채 정차 중이던 1t 화물차의 고온 배기가스 열이 찼다. 이후 이 열이 아래 쌓여 있던 종이상자로 옮겨지면서 불이 시작됐다. 하역장에 종이상자와 폐지를 방치하는 등 관리 부실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화재감지기 오작동을 이유로 경보시설 전원을 차단하면서 화재 발생 후 7분간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았고, 지하주차장 전체에 유독가스가 퍼지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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