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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리틀 서울' 있었다…한강·북한산 닮은 곳, 천년 밤축제 [영상]

중앙일보

입력

전남 나주는 전북 전주와 함께 전라도를 대표하는 고을이었다. 고려시대엔 현재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목(牧)’이 설치돼 전국 12목 중 하나로 꼽혔다.

조선시대 때는 나주의 모습이 서울과 닮아 소경(小京·작은 서울)이라 불리기도 했다. 영산강은 한강을 닮고, 금성산은 북한산을 연상시켜서다. 나주의 금성관(錦城館)은 경복궁을 닮고, 나주 남산은 이름까지 같다.

나주향교도 서울에 있는 성균관과 인연이 깊다. 성균관은 임진왜란 때 화재 피해를 봤다가 나주향교를 모델로 재건됐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을 촬영한 곳도 나주향교다. 과거 8도(八道)에서 가장 컸던 나주향교는 조선 태종 때인 1407년에 지어졌다.

소경(小京) 나주의 밤 “천년의 시간여행”

전남 나주시에서는 2일부터 사흘간 밤거리 축제인 ‘나주문화재 야행(夜行)’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모습. 사진 나주시

전남 나주시에서는 2일부터 사흘간 밤거리 축제인 ‘나주문화재 야행(夜行)’이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축제 모습. 사진 나주시

‘작은 서울’ 나주의 옛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열린다. 나주시는 2일 “천년의 역사를 품은 나주 밤거리 축제를 오는 4일까지 원도심 일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나주의 문화재를 야간까지 개방해 1000년 전 문전성시를 이뤘던 옛 나주 밤거리의 정취를 재현한다.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된 축제장에선 낮과 밤에 걸쳐 옛 문화유산을 체험할 수 있다. 축제의 명칭이 ‘나주문화재 야행(夜行), 가자! 조선의 도시 천년의 시간여행’이 된 배경이다.

밤에 즐기는 ‘8夜’…8개 테마 경험

지난해 열린 ‘나주문화재 야행(夜行)’ 축제 모습. 사진 나주시

지난해 열린 ‘나주문화재 야행(夜行)’ 축제 모습. 사진 나주시

축제의 테마는 ‘달 밝은 밤, 살며시 떠나는 여행 8夜’로 정해졌다. 주제별로 ▶‘야경’(夜景)-밤에 보는 문화재 ▶‘야사’(夜史)-밤에 듣는 역사 ▶‘야설’(夜說)-밤 공연 이야기 ▶‘야로’(夜路)-밤에 걷는 거리 ▶‘야시’(夜市)-진상품 장사 이야기 등이 열린다. ▶‘야화’(夜畵)-밤에 보는 그림 ▶‘야식’(夜食)-음식 이야기 ▶‘야숙’(夜宿)’-문화재에서의 하룻밤 등도 열린다.

축제장은 나주의 문화유산과 주변의 문화 콘텐트를 연계한 게 특징이다. 축제 기간 읍성 돌담길 투어를 비롯해 나주읍성 수문장 교대식, 포도대장과 순라꾼 야행, 댄스·버스킹·게릴라콘서트 등이 열린다.

나주목사 내아와 한옥 게스트하우스, 서성문 잔디광장에서는 ‘야숙’ 체험이 가능하다. 나주의 밤하늘을 지붕 삼아 1박 2일 숙박이나 무박 캠핑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과 거리공연, 유·무형 문화재 명인전 등도 볼거리다.

도심역사 복원 프로젝트 완료

조선시대 최대 크기였던 나주향교 전경. 사진 나주시

조선시대 최대 크기였던 나주향교 전경. 사진 나주시

보물 제2037호로 지정된 나주 금성관 야경. 사진 나주시

보물 제2037호로 지정된 나주 금성관 야경. 사진 나주시

이번 문화재 야행이 가능했던 건 나주 원도심을 복원하는 사업이 대부분 완료돼서다. 옛 성문부터 성벽·성안 모습, 옛길 등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다. 나주시는 2002년 금성관 망화루를 시작으로 2005년 서익헌, 2007년 동익헌, 2018년 금성관 연못 등을 복원했다. 옛 나주목 객사로 사용됐던 금성관은 보물 제2037호로 지정돼 있다.

나주시는 1980년대부터 진행된 나주읍성 복원사업지에도 다양한 역사적 콘텐트를 접목했다. ‘관찰사 행로’를 비롯한 옛길 복원과 성문 안팎의 경관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나주읍성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긴 타원 형태로 쌓아진 성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원도심의 문화재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는 천년고도 나주의 옛 위상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나주목관아 복원·정비와 야간경관 활성화 등을 통해 나주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흑산도 홍어 집산지…영산포 ‘홍어의 거리’

과거 흑산도산 홍어의 집산지인 나주 영산포에 있는 ‘홍어의 거리’. 프리랜서 장정필

과거 흑산도산 홍어의 집산지인 나주 영산포에 있는 ‘홍어의 거리’. 프리랜서 장정필

‘나주곰탕’이 유명한 나주 원도심과 인근의 다양한 먹거리도 관광객들을 이끈다. 대표적인 게 영산포 ‘홍어의 거리’다. 나주시청에서 2㎞ 떨어진 홍어의 거리에는 40여개 홍어전문 식당이 있다.

영산포가 홍어 집산지가 된 것은 과거 흑산도 홍어의 육지 종착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영산강 하구언 공사로 바닷길이 막히기 전까지 홍어 유통로로 번성했다. 흑산도산 홍어가 뱃길로 보름가량 영산포까지 가는 동안 삭혀진 홍어의 맛을 알게 된 게 홍어시장의 시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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