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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곱창집 옆에 힙한 카페…젊어지는 ‘광장’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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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호 24면

MZ세대 핫플 된 광장시장

로컬미식경험을 주제로 3주간 팝업 행사를 열었던 제주맥주의 ‘제주위트 시장-바’. 최기웅 기자

로컬미식경험을 주제로 3주간 팝업 행사를 열었던 제주맥주의 ‘제주위트 시장-바’. 최기웅 기자

지난 5월 약 3주간 서울 광장시장에선 제주맥주가 준비한 ‘제주위트 시장-바’ 팝업 행사가 열렸다. 제주 위트 에일 355㎖ 캔을 마시면서 로컬 미식 경험을 즐긴다는 취지의 행사에 5만 명이 다녀갔다. 제주맥주 측은 광장시장 터줏대감인 ‘박가네 빈대떡’의 빈대떡·동그랑땡을 비롯해 시장 내 인기 메뉴들을 꼬치안주로 개발하기도 했다. 방송인이자 외식사업가인 홍석천과 이원일 스타 셰프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된 안주들은 ‘누룽신 닭강정’ ‘육전 파채 까나페’ ‘고새(고추+새우) 완자전’ ‘문어 돼지 전복 삼합’ 등으로 한 입에 먹기 좋은 형태라 팝업 바를 찾은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로컬미식경험을 주제로 3주간 팝업 행사를 열었던 제주맥주의 ‘제주위트 시장-바’. 최기웅 기자

로컬미식경험을 주제로 3주간 팝업 행사를 열었던 제주맥주의 ‘제주위트 시장-바’. 최기웅 기자

또한 제주맥주 측은 ‘외부 음식 환영’이라는 간판을 크게 써 붙이고 광장시장 내 다른 음식점에서 사온 음식들을 팝업 바에서 자유롭게 먹을 수 있도록 해 시장 상인들과의 상생을 유도했다. 제주맥주 팝업 바에 들린 조수빈(28)씨는 “시장에서 파는 굵은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맥주와도 조합이 좋을 것 같아 사 왔다”고 했다. 박지은(28)씨는 “시장 좌판에서 파는 곱창이나 돼지껍데기를 먹어보는 게 우리 또래에선 더 힙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다음에 꼭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카페 ‘어니언 광장시장’ 메뉴판. 시장 상인들처럼 박스 뒷면에 검은 매직으로 글씨를 쓰고 테이프로 대충 붙인 분위기가 흥미롭다. 최기웅 기자

카페 ‘어니언 광장시장’ 메뉴판. 시장 상인들처럼 박스 뒷면에 검은 매직으로 글씨를 쓰고 테이프로 대충 붙인 분위기가 흥미롭다. 최기웅 기자

120년의 역사를 가진 광장시장에는 전과 부침, 족발과 순대 등 수십 년을 이어온 단골 메뉴로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이런 광장시장에 MZ세대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들른 광장시장에는 향수를 즐기러 온 어르신보다 젊은 층과 외국인이 더 많았다.

이들이 오래된 전통시장을 찾는 이유는 빈대떡·물떡·꽈배기 등 할머니 입맛을 즐기려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유행하면서다. 포장마차 스타일의 좌판에는 돼지껍데기·곱창 등을 즐기는 젊은이들로 가득하고, 소문난 맛집인 ‘광장시장 찹쌀꽈배기’ ‘총각네 붕어빵’ ‘박가네 빈대떡’ ‘순희네 빈대떡’에는 줄도 길게 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광장시장에 MZ세대가 좋아하는 ‘힙’한 먹거리와 공간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오픈한 카페 ‘어니언 광장시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성수동의 금속공장, 미아동의 우체국, 안국동의 한옥을 개조한 카페로 명성을 얻은 어니언이 광장시장 남문 초입에 새로 둥지를 텄다. 60년 간 금은방으로 운영됐던 곳을 개조했는데 공간 크기는 10평이 채 안 될 만큼 작지만 옛날 목재를 활용해 테이블을 만들고 박스 테이프를 감은 플라스틱 의자 등으로 장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어니언의 공간과 브랜딩을 담당하는 창작그룹 ‘패브리커’의 김성조 작가는 “어니언의 컨셉트는 지역성을 살리는 것”이라며 “박스를 찢어 매직으로 쓴 메뉴판, 보온재를 위에 얹고 박스테이프로 둘둘 감은 의자 등 시장 내 상인들이 오랫동안 이용했던 방법들에 우리만의 미감을 얹었다”고 했다. 시장 상인들이 상점 앞에 북어를 걸고 좋은 기운을 기원한 것처럼 어니언 광장시장 앞에도 북어가 걸렸다. 과거 이동식 카트에서 팔던 냉차를 연상시키는 ‘꿀냉녹차’나 엄마 손맛이 느껴지는 페이스트리 피자 등의 메뉴도 정겹다.

‘호선생전’에선 전통술을 이용한 ‘조선 하이볼’을 대표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최기웅 기자

‘호선생전’에선 전통술을 이용한 ‘조선 하이볼’을 대표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최기웅 기자

지난해 11월 오픈한 ‘호선생전’에선 한국 전통술 200여 종을 판매한다. 이곳 이승형 대표는 “광장시장은 외국인이 서울을 여행할 때 대표적으로 들르는 명소”라며 “이들에게 한국 전통술과 육전 등의 한식을 제대로 맛보이고 싶다”고 했다. 실내 한 쪽에 마련된 냉장 유리방에선 누구나 원하는 맛의 전통술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국순당 생백세주와 탄산수를 섞은 ‘조선하이볼’, 와인처럼 잔 막걸리를 파는 메뉴도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지난달에는 ‘경주 십원빵’과 ‘베이글 광장’이 오픈했다. 다양한 종류의 크루아상 빵을 판매하는 ‘크라상점’도 6월 오픈 예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들 MZ세대의 힙한 먹거리는 전통시장이라는 광장시장의 특수성과 잘 융합하고 있다. 일단 ‘핫플’을 즐겨 찾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더 많이 유입되고 있다. 또 이렇게 시장을 찾은 이들은 자연스레 시장 내 다른 볼거리·먹거리를 즐기는 데도 열심이다. 아예 어니언은 ‘성미찻집(동부A-35호)’ 라면을 주문할 때의 팁과 아이스 라떼와의 조합, ‘박가네 빈대떡(동부A-59호)’의 빈대떡과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조합 등이 적힌 ‘광장 페어링 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어니언의 유주형 대표는 “윗세대와 젊은 세대를 어떻게 잘 연결할 수 있을까가 우리의 고민이자 목표”라며 “우리 어머니들의 소중하고 고마운 ‘억척스러움’이 잘 살아있는 전통시장은 젊은 세대와 외국인 모두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좋은 콘텐트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역이 변화하면 새로운 브랜드들이 계속 유입되기 마련인데 높은 수준의 미감과 지역문화와의 연계성을 고민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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