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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 르네상스·뉴홍콩 프로젝트 추진, 인천 세계 10대 도시로 키울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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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호 14면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유정복 인천시장은 “공항, 경제자유구역, 신도시 인프라를 활용하는 뉴홍콩 프로젝트를 통해 인천을 국제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은 “공항, 경제자유구역, 신도시 인프라를 활용하는 뉴홍콩 프로젝트를 통해 인천을 국제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최영재 기자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All ways Incheon).

지난달 23일 유정복(66) 인천광역시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에 내리자 커다란 슬로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2016년 제정한 도시브랜드다. 우리나라 제1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가장 먼저 개항한 인천항을 끼고 있는 지역적 특색을 담았다고 한다. 역사 한편에는 바둑판무늬의 대리석 바닥과 커다란 거울이 달린 청소년춤연습장이 있었다. 과거 인천이 낡고 쇠락한 구도심의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고층빌딩과 센트럴파크가 어우러진 송도신도시가 먼저 떠오른다. 첫 개항장으로, 첫 철도와 고속도로의 출발지로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인천은 국제도시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깔끔하고 쾌적한 역사(驛舍)에서 제물포 조약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역사(歷史)를 넘어서는 현대도시 인천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이 사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늘어나는 유일한 대도시잖아요. 그리고 1883년 개항으로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의 산업화·근대화가 시작된 곳 아닙니까. 그런 역사성이 있고 오늘날 송도나 영종, 청라 같은 국제도시, 세계적인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인프라, 경제자유구역(FEZ) 등 출중한 부분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급속한 변화,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원도심과 신도시의 불균형 현상이 심화했어요. 이를 풀어내기 위한 구상이 제물포 르네상스와 뉴홍콩 프로젝트입니다.”

인천상륙작전, 세계적 축제로 확대

인천시청에서 만난 유 시장은 “역사와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 비전을 다시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운을 뗐다. 제14대 인천시장(민선 6기, 2014~18년)에 이어 지난해 16대 시장으로 다시 취임한 그는 재외동포청 유치와 뉴홍콩시티를 앞세웠다. 재외동포청은 오는 5일 송도에 문을 열게 된다. 인천을 글로벌 물류·산업·관광·문화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도 지난 3월 열었다. 유 시장이 생각하는 인천의 미래를 들어봤다.

2016년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미도에서 열린 치맥파티. [사진 인천시청]

2016년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미도에서 열린 치맥파티. [사진 인천시청]

뉴홍콩시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주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을 지금 수립 중입니다. 인천이 가진 인프라를 120% 살려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최첨단 미래 도시가 될 겁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홍콩에는 홍콩섬과 구룡반도가 있지 않습니까. 뉴홍콩시티는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것이 핵심입니다. 공항이라는 천혜의 인프라가 있는 영종과 면적이 서울의 60%가 넘는 411㎢인 강화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거지요. 국제도시로서 각종 문화, 산업이 들어와 있는 영종과 바다, 도서를 품은 강화를 중심으로 옛 제물포 지역 원도심과 송도·청라 등 신도시가 받쳐주고 아라뱃길로 서울과 연결하는 것이 기본 구상입니다. 철도망은 KTX를 9호선하고 직결하는 것만 남아 있고, 제3연륙교도 건설 중입니다. 이게 이제 한 3, 4년 내에 준공이 돼요. 세계 10대 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제물포 르네상스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제물포는 100여년 전에 인천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끌어나간 곳입니다. 1899년 놓은 철도, 1968년 완공한 경인고속도로가 모두 제물포 원도심 지역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지금은 낡고 쇠락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68년 인천 인구 50만명 시절에 인천 동구 인구는 15만을 넘었는데 지금은 300만명 중에 5만9000명이에요. 다른 얘기 드릴 게 없을 정도죠? 고속도로를 다 지하로 넣고, 중구·동구를 시작으로 미추홀, 남동지역까지 산업, 문화, 관광, 경제의 혁신도시로 만들어가는 구상입니다. 뉴홍콩시티의 출발점인 셈이지요.”
인천의 역사에는 제물포 못지않게 인천상륙작전도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임에도 현재 형식적인 단순 기념행사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결집하기 위해 기념행사를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어요. 올해부터 일회성 행사가 아닌 기념주간(9월14일~19일)을 지정하고 기념식, 인천상륙작전 재연·에어쇼, 국제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향후 점진적으로 기념사업 규모를 확대해 75주년이 되는 2025년에는 인천상륙작전 참전 8개국 정상과 참전 무관이 함께하는 국제행사로 추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참전국과 우호적 외교관계·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관련 인프라를 조성해 국제도시의 위상에 걸맞은 행사로 키워나갈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지난달 16일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유치 기념행사. [사진 인천시청]

지난달 16일 인천시청 애뜰광장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유치 기념행사. [사진 인천시청]

뉴홍콩시티가 현실이 되는 미래를 보고 싶네요. 그런데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재외동포청입니다. 단순히 관청 하나 오는 게 아니라 750만 동포가 고향이고 수도처럼 느끼는 거점도시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홍콩·싱가포르를 세운 화상(華商)이나 뉴욕을 키운 유대인처럼 한상이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비즈니스 중심이 될 겁니다. 이미 송도에 재외동포청이 들어갈 39층 건물을 준비했어요. 지금 재미동포 타운은 이미 1단계 만들어져서 입주했고, 2단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러피안 타운, 아시안 타운도 건립해요. 국제기구도 15개나 있고 국내외 명문대학들이 다섯 개가 들어왔어요. 이미 국제도시의 여건을 갖췄고, 새롭게 도약하는 시점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경쟁력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8개 경제자유구역(FEZ)에서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다 합쳐도 인천의 반이 안돼요. 이유는 뭐겠어요? 공항이 있다는 거죠. 수도권 2700만 시장도 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인천은 창조의 도시입니다. 공항, 송도, 청라, 남동공단 모두 매립한 땅입니다. 송도만 53.4㎢인데 부천시 면적하고 똑같아요, 소수점까지. 그러니까 그냥 매립해서 부천시를 하나 만든 거예요. 여기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롯데바이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자리잡으면서 바이오 분야 전세계 1위 도시가 됐습니다. 반도체도 후공정 관련 2~3위 기업인 스태츠칩팩코리아, 앰코코리아를 비롯해 1300개가 있어요. 인천의 수출 1위 품목이 반도체 패키징입니다. 왜 반도체나 바이오가 1위겠어요. 공항, 항만이 있는 여기 와서 해야 경제성이 있는 거죠. 앞으로 드론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그 다음에 수소, 이차 전지, 이런 미래 성장 산업을 키우려고 합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국토균형발전을 생각하면 인천에만 투자를 집중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저 그거 존중합니다. 당연히 수도권 집중화를 막고 균형발전을 이뤄야 하는 거 맞아요. 다만 똑같은 걸 어디서든 다 한다는 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강원도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집중 개발한다거나 호남에서는 새만금 1억3000만평에다 세계적인 위락단지나 농산물 재배, 가공 단지를 한다거나 이런 전략이 필요한 거예요. 영암 F1을 생각해보세요. 결국은 수천억원 투입하고 경주 한 번 하고 이렇게 됐잖아요. 영종에다 했으면 대박 터졌어요. 그러니까 저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서 집중적으로 투입하자, 그런데 남이 잘 할 수 있는 걸 못하게 하는 건 곤란하다, 이런 입장입니다. 자유도시법을 새롭게 제정을 하는 문제를 정부하고 협의하고, 경제자유구역법을 개정해서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논의하는 이유입니다.”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네요.
“인천이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촬영지예요. 송도 석산에 중국 관광객이 ‘별그대’에서 사랑의 징표로 나온 비녀 수만개를 꽂아 놓았어요. 이런 인기를 활용해 2016년에 중국 아오란그룹 임직원 6000명을 초청했어요. 월미도에서 동시에 치맥파티를 열었는데 치킨 3000마리를 구하느라 큰 화제가 됐어요. 인천에 있는 치킨집을 총동원했던 생각이 납니다. 지난해 말부터 인천관광공사를 통해 다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선거보다 다음 세대 생각하는 정치 꿈

인천 원도심을 산업·문화·경제의 혁신도시로 개발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조감도. [사진 인천시청]

인천 원도심을 산업·문화·경제의 혁신도시로 개발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조감도. [사진 인천시청]

대규모 치맥파티뿐 아니라 유 시장은 최초 기록이 많다. 연대 정외과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1981년 창설된 학사장교 1기로 임관했다. 전역 후 37세의 나이로 김포군수 발령을 받았다. 인천 서구청장을 거쳐 95년에는 민선1기 김포군수로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고, 98년에는 김포가 시로 승격하면서 민선 시장이 됐다. 최연소 군수, 구청장, 시장이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 2010년 이명박 정부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초대 안전행정부장관, 2014년 인천시장을 거치며 흔치않은 국회의원, 장관, 광역시장 3관을 달성했다. 의원 경력은 홍준표·김민석 의원(15대), 원희룡·박병석 의원(16대) 등보다 늦었지만, 정치 입문은 앞선 셈이다.

최초·최연소 기록이 많던데 노린건가요.
“아니, 노린다고 됩니까?(웃음) 공직에 들어와서 군수·구청장 발령을 받은 거고, 지방선거 도입하면서 초대 민선 군수를 지냈는데 시가 되는 바람에 최연소 시장이 됐고. 어쩌다 보니 기초 지자체장 3개를 다 한 기록은 깨지기가 어렵게 됐죠. 민선은 1기부터 했으니까 결과적으로 정치 입문도 빠른 편이 돼 버렸네요.”
행시 출신이 지방선거에 뛰어들기 쉽지 않았을 텐데.
“김포군수 임기를 마치고 서구청장으로 일하는데 어느날 ‘급히 들어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가보니 김포 군민들이 연명부를 가져와서는 ‘군수님 아니면 안된다’고 출마를 권유하더군요. 김포가 고향도 아니고, 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일가친척 한 명 없는데 첫 민선 군수로 나오라고 연일 데모를 하니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이 나는 거예요. 95년 6·27 선거를 25일 앞두고 6월 2일에 사표를 냈습니다. 사실 선거운동도 필요가 없었어요. 그때 김포 유권자가 6만 몇 명밖에 안 됐는데 정당 가입도 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나가서 자원봉사자를 받으니 사흘만에 1만5000명이 모이더군요. 당시 여당과 야당 후보가 얻은 것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어요.”
인천시장도 갑자기 출마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인천시장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요. 국회의원으로 입각해 박근혜 정부 안행부 장관을 하는데 갑자기 출마 권유를 받았어요. 눈물을 머금고 사표를 냈어요. 장관 사표는 별거 아닌데 정치인이 지역구를 버리는 거잖아요. 그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김포군수할 때 군민들의 열망, 바람을 잊지 않고 있거든요. 지금 이게 왜 중요하냐면 그게 바로 저의 정치 철학이 된 거예요.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지역이나 시민이 있다면 난 모든 걸 던지겠다, 그게 저를 오늘날의 유정복으로 만든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일을 했기 때문에 김포에서 자기 고향도 아닌 사람을 시장 10년을 시켜주고 국회의원을 10년 시켜주고 했겠지요. 지금도 똑같아요. 인천시장은 솔직히 저도 열심히 하거든요. 다른 거 없어요. 인천 시민이 필요로 해서 뽑아줬는데 거기에 답해주는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다음 선거, 다음 자리 이런 것보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생각은 미래예요.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힘을 키워주는 부분이고. 다시 시장을 하건, 아니면 다른 자리에 있건 간에 인천과 대한민국과 이 사회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겠다, 제가 그 역할을 다 충실히 하면 그게 제가 해야 하는 최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이런 각오입니다. 제가 비전을 ‘인천의 꿈,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설정했지 않습니까. 굉장히 큰 인천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키워나가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이오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무궁무진한 가능성, 이를 통한 글로벌 도시로의 발전, 그 다음에 재외동포청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로 나가고자 하는 의지, 이런 비전을 통해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또 실현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있습니다.”

짧지 않은 인터뷰를 마치고 청사를 나섰다. 퇴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어깨 위로 석양이 진다. 지하철 역사 춤연습장에서는 하교한 십대 소녀들이 삼삼오오 모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춤 동작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내일의 태양이 또다시 떠오르면 저들이 보게 될 인천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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