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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쏜 ‘AI 골드러시’… 9만전자·13만닉스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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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호 12면

AI 열풍에 잘나가는 반도체기업

5월 30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연설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기업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연합뉴스]

5월 30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 박람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연설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기업 최초로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연합뉴스]

“미국 코로나 때 화장지만큼 구하기 힘들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이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함을 두고 회자되는 얘기다. AI 훈풍은 증시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달 25일 GPU 분야 전 세계 1위 업체인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발표는 월가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월가 예상치를 53%나 상회하는 깜짝 실적에 엔비디아 주가는 단 하루 만에 24%나 폭등했고, 반도체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 클럽’ 가입의 신화도 새롭게 썼다. 엔비디아의 질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MD, TSMC 등 반도체 기업들과 AI 기대주들도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러한 AI 관련 투자 쏠림을 ‘AI 골드러시’에 비유하며 금맥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AI 열기를 이끄는 대장주는 단연 엔비디아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NYSE)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5.12% 급등하며 주당 397.7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기준 시총은 9823달러. 엔비디아는 지난달 30일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이후 1조 달러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한 건 엔비디아가 처음이다.

엔비디아 주가 올해 170% 이상 폭등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에 이어 5위에 올랐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 들어서만 170% 이상 폭등했다. 챗GPT로 촉발된 AI 광풍이 주가를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과거 미국의 골드러시 때 금맥을 찾아나선 광부보다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판 업자가 진정한 승자가 됐듯,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는 AI 혁명에서 빅테크 기업에 GPU를 공급하는 청바지업자와 같은 위치에 있는 기업이 엔비디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세계 시장에서 GPU 공급의 90%를 맡고 있다.

1일 투자 전문매체 팁랭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대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최근 3개월 투자의견은 ‘강력 매수(Strong Buy)’가 우세했다. 전체 36명 중 32명이 매수, 4명이 보유 의견을 내놨다. 이들이 제시한 엔비디아의 1년 평균 목표가는 449.92달러다. 400달러를 밑도는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10%가 넘은 상승 여력이 남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너무 빠르게 오른 주가에 대한 단기 조정 경고음은 상당한 수준이다. 리트홀츠 자산운용의 조시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외신에서 “최근 보유 엔비디아 주식의 25%를 매도했다”고 밝히면서 “엔비디아가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회사라고 생각하지만, 닷컴버블 시기보다 더 높은 상대강도지수(RSI) 수준으로 과매수 구간에 있다”고 밝혔다. RSI가 치솟으면 추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경향을 보이는데, 최근 엔비디아 주식의 RSI는 닷컴버블 때 최고치인 81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AI 열풍은 비단 엔비디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경쟁사인 AMD 주가도 지난 5월 한달간 30% 이상 급등했고, 같은 기간 엔비디아가 설계한 GPU를 공급하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인 TSMC도 17%가량 뛰었다. 이러한 AI 관련 기대주에 투자자들의 쏠림이 두드러지면서 ‘제2의 엔비디아’ 찾기도 활발해지고 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최근 골드만삭스는 AI 테마주로 분류되는 24개 종목 중 15개에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옛 페이스북)·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는 반도체 산업 외에도 맥도날드와 존슨앤드존슨, HCA헬스케어 등 레스토랑 기업과 부동산업, 광업, 의료장비, 사치품 등 분야에서도 ‘생성형 AI’ 기술을 토대로 수익을 늘리거나 비용을 절감할 기회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도체 기업으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AMD, 마이크론, VAT그룹 등을 AI 수혜주로 꼽으며 12개월 매수 등급에 올렸다.

AI 열풍은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국내 양대 반도체 산맥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에 강력한 상승 요인이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 GPU 제조사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삼성전자도 HBM시장 점유율 40%를 자랑한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을 시작했다는 기대감에 ‘9만전자’ ‘13만닉스’에 대한 기대감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SK증권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재고 하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8만원이던 목표 주가를 9만원으로 올렸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선 “HBM에 대한 높은 경쟁력이 부각돼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11만원에서 13만원으로 상향했다.

키움증권도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며 목표가 9만원을 제시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관련한 갈등 등으로 시장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반도체 기업이 증시를 견인하며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2일 삼성전자 주가는 7만2200원에 장을 마치며 7만원대 굳히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달 26일 1년 2개월 만에 ‘7만 전자’로 올라선 이래, 5거래일 연속 7만원대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도 이날 종가 기준 11만300원으로 2거래일 연속 ‘11만 닉스를’ 수성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이어진 외국인 투자자의 ‘폭풍 매수’와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허겁지겁 내다팔고 있다.

챗GPT로 ‘반도체의 시간’이 앞당겼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자 손절 태세로 전환한 경우가 많다. 지난해 주식 계좌를 만든 직장인 정모(28)씨는 “삼성전자 주식은 ‘국민주’라고 해서 적금처럼 사 모았다가 지지부진한 주가에 속앓이를 했다”며 “7만전자가 됐다는 소식에 바로 익절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종목 토론방에는 “10만전자의 꿈을 주입하는 순간, 내려간다. 먹이 준다고 따라가는 비둘기가 되지 말라”, “고점이 다가왔다. 서서히 매도 준비하라. 이제 물리면 3년 간다” 등의 경계심 가득한 반응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5월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을 2조4000억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개인 투자자가 매도한 주식에 기관 매도분까지 무려 2조5670억어치를 싹쓸이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서둘러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주요 이유는 차익실현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매도에 힘을 보태는 분위기다. 투자 경력 4년차라는 이모(48)씨는 “공매도가 있는 한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이나 기관을 이길 상황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대차거래 잔고가 가장 높은 종목이 삼성전자다. 1일 기준 삼성전자 대차거래 잔고는 10조6764억원에 이른다.

개미들은 손절, 외국인은 쓸어담아

이 같은 개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집중 매도세에 대해 경제전문 유튜버 겸 전업투자자인 전인구 전인구경제연구소장은 “동학개미 열풍 이후 삼성전자 주가 7만~8만원대에 거래가 집중됐었는데, 오랫동안 물렸다가 본전이 되어가니 매도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현재보단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 금리 인하 예상이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현재 1300원대인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며 외국인의 국내 우량주에 대한 매수세가 더 뜨거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 초 2차전지 관련주와 같은 급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I 과열에 대한 흥분을 버리고, 수익률 눈높이를 낮추라는 조언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주식의 상승 속도는 우리나라 수출 개선과 비례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경기침체에 따라 반도체를 쓸 기업들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국내 생산·소비지수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상영 본부장은 “엔비디아나 삼성전자 등 모두 장기적으로 좋은 주식이지만,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올라왔고 경제침체에 따라 증시 전반이 위축되면 단기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커졌다”며 “신규 매수는 신중히 고려하고, 단기 조정이 이뤄질 경우 추가 매수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 개미들은 이미 악재에 무게를 두고 투자 태세를 전환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5월 한 달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00선물 인버스2X’로 22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200 주가지수가 떨어지면 그 두배 폭으로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반도체주가 이끄는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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