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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과 비명 사이…출범 한 달 '박광온 지도부' 휘청인 세 장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박광온 새 원내대표가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광온 원내대표의 더불어민주당 4기 원내지도부가 출범 한달을 맞았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쇄신 의원총회를 여는 등 당내 여러 의견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두 차례 당 차원의 결의문 채택과 민주당 몫의 상임위원장 추인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져 리더십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①결의문 놓고 삐걱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박 원내대표는 4월 28일 의원총회서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을 우선하겠다며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지난달 14일 이른바 ‘쇄신의총’이 열렸다.

쇄신의총에선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투자’ 문제가 자연스럽게 논의됐다. 의총서 여러 의원이 “김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해야 한다”며 “의총 결의문에 이 내용을 넣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총 직후 원내지도부가 발표한 결의문에는 ‘김남국 의원의 윤리위 제소’가 빠져 있었다. 이재명 대표가 결의문 채택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일부 의원은 다음날까지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달 25일 열린 의총에선 결의문 채택이 아예 무산됐다. 당시 비명계 중진 의원들은 “청년 정치인을 의원들이 지켜주자”며 관련된 결의문 채택을 제안했다. 민주당 시·도 대학생위원장들이 김남국 의원을 비판하면서 당의 쇄신을 공개 요구했다가 이 대표 강성 팬덤으로부터 욕설 문자 등 집단 공격을 받던 상황이었다. 의원 30여명이 결의문 채택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원내지도부는 “도를 넘는 적대와 공격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의원이 동의하고 공감을 표시했다”는 브리핑을 발표하는 데 그쳐 반발을 샀다.

②상임위원장 선출 급제동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6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 총회에선 원내지도부가 보고한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자 추인 마저 불발됐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몫의 상임위원장을 새로 인선할 계획이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제외한 6개(환경노동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교육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민주당 자리였다. 원내지도부는 의총서 우선 행안위·교육위·복지위 등 3개의 상임위원장을 정해 본회의에 상정하려고 했다.

그런데 본회의 직전 의총서 예상 밖 문제 제기가 튀어나왔다. 민주당은 원내대표나 장관 출신을 제외한 3선 이상 의원들 가운데 나이순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관례다. 21대 국회서 점차 관례가 무너진 데 대해 기동민 의원이 “이런 모습이 혁신하는 모습으로 보이겠냐”며 “기득권 나눠 먹기의 전형”이라고 제동을 건 것이다.

박 원내대표가 “전임 원내 지도부의 인선안을 존중해서 오늘 선출하자”고 다시 설득에 나섰지만 기 의원은 “추후로 논의를 미뤄야 한다”고 거듭 반발했다. 결국 선출을 6월로 미뤘지만 당 최고위원과 겸직 논란이 제기된 정청래 의원은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③공개 의총 요구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전 원내대표에게 수고의 의미로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4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더불어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전 원내대표에게 수고의 의미로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터져나오는 공개 의총 요구도 원내 지도부로선 부담이다. 지난달 14일 쇄신 의총서 비명계 설훈 의원 등이 “원래 의총은 공개가 원칙”이라며 공개 의총을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음 의총부터는 사전에 동의를 얻어서 가능하면 공개 의총이 되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후 친(親)명계가 다시 공개의총을 소환했다.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해온 정청래 의원이 지난달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서 “당당하게 자기 이름 걸고 국민과 당원들 앞에서 공개토론 하자”며 “앞으로 의총도 공개하자”고 촉구한 것이다. 쇄신·대의원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개별 의원들의 정제되지 않은 의견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지도부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 중심으로 새 원내지도부가 들어서자 그동안 상대적으로 억눌려있던 비명계 의원들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내 갈등이 격화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 중진 의원은 “민감한 현안이 있을 땐 원내지도부가 의총 전 주요 스피커 의원들과 소통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된 결의문 가안을 마련하는 등 운용의 묘(妙)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2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워크숍을 열고 원내 전략 등을 논의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워크숍을 마친 뒤 “단기적으로 6월 임시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1년을 보고 내년 총선까지 원내에서 해야 할 역할을 고민했다”며 “그 중에서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당이 가져가야 할 것을 추리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다음주 정도까지 의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새로운 선출 기준을 정할 것”이라며 “(본회의 선출은) 13일이나 14일 혹은 그 뒤일 수 있는데 (그전에) 의원총회 형식을 빌어 취합된 의견을 말씀드리고 동의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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