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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 법정관리…미분양·자금난에 중견 건설사 줄도산 우려

중앙일보

입력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 가구 이상을 기록 중인 가운데,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하는 중소·중견 건설사가 늘고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로 알려진 중견 건설사 신일이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985년 세워진 신일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13위로 제주외도신일해피트리, 여의도 신일해피트리&, 방배신일해피트리 등을 시공 중이다. 지난해 매출 2134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중견 건설사의 법정관리는 줄을 잇고 있다. 올해 들어 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대창기업(109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으며, 앞서 지난해엔 우석건설(202위)·동원산업건설(388위)·대우조선해양건설(83위)이 부도를 맞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등이 요인이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이며, 중견 건설사의 자금난은 심화하고 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올해 중소·중견 건설사의 회생 절차가 예년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신일 역시 최근 주요 사업장마다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신일의 공사대금 미수금은 28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1년(165억원)보다 7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난 4월 일반분양을 한 울산 온양발리신일해피트리는 93가구 모집에 6명만 신청하는 등 미분양에 시달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365가구로 3월(7만2104가구)보다 소폭 줄었지만,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상회하는 수치다. 또 미분양 감소는 분양 물량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1~5월) 분양 실적은 전국 3만6419가구로 지난해(9만2464가구)보다 60% 감소했다. 최근 5년 내 분양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20년(5만1620가구)보다 29% 줄어든 규모다. 또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4월 기준 8716가구로, 2021년 6월(9008가구)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유 중인 토지 등 자산을 매각하거나 고금리를 견디며 버티는 건설사가 많다”며 “하반기에 도산하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중소 건설사 중 3년 연속 영업익이 이자 비용에 못 미치는 ‘한계 기업’ 비율은 2021년 12.3%에서 지난해 16.7%로 증가했다. 1년 뒤 부도가 날 확률이 5%를 넘는 부실위험 기업 비중도 2021년 11.4%에서 지난해 12.8%로 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건설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1분기 종합·전문 건설업 실질 폐업(사업 포기)은 600건으로 전 분기(535건)보다 12.1% 증가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외 일정 수준을 유지하던 건설업 폐업이 지난해 4분기 이후 증가했다”며 “건설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반의 침체로 확대될 수 있기에 선제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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