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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와 환상을 넘나드는 반세기 전 이혼 이야기[BOOK]

중앙일보

입력

관 속에 누워 미국 가기

관 속에 누워 미국 가기

관 속에 누워 미국 가기
수잔 타우브스 지음
이화영 옮김
티타임

헝가리 출신 미국 작가 수잔 타우브스(1928~1969)의 소설이다. 주인공 소피 블라인드의 이혼과 가정불화를 다뤘다. 그의 원래 이름은 소피 란츠만. 남편의 성 ‘블라인드(Blind)’는 결혼 후 강요받은 맹목성(blind)을 상징한다. 소피 블라인드가 소피 란츠만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다시 눈을 뜨고 새로운 희망을 일궈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주인공이 죽은 상태에서 소설이 시작된다. 서사는 꿈과 현실을 오가며 가정불화로 고통받는 주인공을 그린다. 그는 법정에서, 관 속에서, 한편으로 이혼 소송의 원고로, 다른 한편 음란죄 형사소송의 피고로 악의적 재판과 증언에 시달린다. 스토리의 배경은 헝가리, 프랑스, 미국으로 시시각각 변하고 시제도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든다.

나치를 피해 미국에 이주한 동유럽 유대인들의 정착 과정도 자세히 묘사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랍비의 손녀로 태어난 저자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소설의 출간 직후인 1969년 41세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절친한 친구였던 미국 작가 수잔 손택이 시신을 수습했다. 손택의 아들인 문학평론가 데이비드 리프를 통해 2021년 미국에서 재발간돼 다시 주목받았다. 원제 Divor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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