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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눈에 지하철 교통약자석은 "일종의 도덕시험"[BOOK]

중앙일보

입력

작가

작가

작가, 업계인, 철학자, 스파이
김영준 지음
민음사

책 제목을 활용하면, 저자 김영준을 업계인으로 만났다. 열린책들·을유문화사 등 출판사에서 줄리언 반스 같은 책을 만든 편집자로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직업적 또는 실존적 정체성으로 작가·철학자·스파이도 들고 있는데, 작가 김영준, 철학자 김영준을 이번에 만난 느낌이다.

남은 하나 스파이는 김영준에게, 업계인에 완전히 포획되지 않은 존재의 나머지 부분을 뜻한다. 가령 팔릴 책이 아니라 팔고 싶은 책을 만들기 위해 늘 무언가 염탐하고 도모하는 사람이다. 책에 실린 '환상을 팝니다' 같은 글에 스파이 김영준이 어른거린다.

한 일간지에 연재했던 짧은 글 모음인데, 김영준은 매끈한 메시지 전달에는 흥미가 없어 보인다. 울퉁불퉁한 글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래선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 스파이 성격의 글로 분류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대한 회상'에 이런 문장이 있다.
 "책 장사는 결국 허영과 욕망을 파는 것인데, 우연이라는 요소가 한 축이 되지 않으면 욕망은 성립하지 않고 무너진다."
 읽을 만한 책은 우연히 발견되기 마련이라는 뜻일까.

 '철학자'의 글 '지하철의 빈자리'는 흥미진진하다. 교통약자석을 "일종의 도덕시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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