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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전현희 책임 불문" 그날…감사위 위원들에 유병호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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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위원회의가 1일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의결하며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감사원 감사위원회의가 1일 전현희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의결하며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감사원 감사위원회의가 지난 1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를 일부 수정해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감사위원회의 결과 전 위원장의 비위 혐의가 상당하다는 감사원 사무처의 보고와 달리 감사위원 6명 만장일치로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해선 책임을 불문(묻지 않음)하기로 했다. 대신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전 위원장 관련 지적사항에 대해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출장비 횡령 의혹을 받은 전 위원장 수행비서 A씨의 경우 혐의가 일부 인정돼 해임을 요구키로 했다. 감사위원회의에 참석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같은 감사 심의 결과에 격렬히 반발했다고 한다. 감사원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다수의 감사위원이 유 총장이 주도한 감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6명의 감사위원 중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추천했던 이미현 감사위원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추천돼 감사위원이 됐다.

감사위원회의가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건 감사원이 기관 비위와 관련해 장관급 기관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은 전례가 흔치 않고, 감사에서 드러난 전 위원장의 일부 혐의가 다소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감사에 단초가 됐던 전 위원장의 근태 의혹이 대표적이다. 감사 결과 관련 제보와 부합하는 내용이 확인됐지만, 감사위원회의에선 “장관급 기관장에게 근태 책임을 물은 경우가 없다”며 일부 사실관계만 감사 보고서에 담기로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3 감사원 앞에서 전원위원회(대심)에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위원장 근태, 관사 관리 비용 등 감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달 3 감사원 앞에서 전원위원회(대심)에 출석해 의견 진술을 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위원장 근태, 관사 관리 비용 등 감사에 착수한 것에 대해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1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허위보도자료 작성 의혹에 대해 감사위원들은 “보도자료 표현 일부가 부적절했으나 허위로 보긴 어렵다”며 전 위원장에 대한 개인 책임 대신 기관 주의 결정을 내렸다. 권익위는 3년 전 추 전 장관 현직 시절 진행된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추 전 장관에게 이해충돌의 소지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며 “국민권익위의 유권해석은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감사원 실무진은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전 위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있어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결과’라는 문구가 허위라고 주장했지만, 감사위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감사원은 부하 직원에게 대학원 과제를 시키는 등 갑질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권익위 B국장에 대해 전 위원장이 탄원서를 써준 부분에 대해서도 전 위원장 개인 책임이 아닌 기관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전 위원장이 B국장에게 탄원서를 써줬음에도 여전히 중징계 필요성을 고수했고, 전 위원장 외에 다른 권익위 관계자도 B국장에게 탄원서를 써준 부분이 참작됐다. 출장비 횡령 의혹을 받은 전 위원장 수행비서 A씨의 경우 감사위원회의에서 해임을 요구키로 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라고 한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을지연습 사후 강평회의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로 찾아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을지연습 사후 강평회의에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로 찾아가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감사위원회의에선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전 위원장의 책임 여부 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회의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유 총장은 위원회 감사 의결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유 총장이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감사원 내에선 유 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감사위원은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됐다. 그중 김인회 감사위원은 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의 공동 저자고, 이남구 감사위원은 문재인 정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애초 장관급 기관장의 책임은 기관주의로 묻는 경우가 많고 전 위원장에겐 수사 의외로 개인 책임을 물었다”며 “주요 감사내용 대부분이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르면 내주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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