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위원회의가 지난 1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를 일부 수정해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감사위원회의 결과 전 위원장의 비위 혐의가 상당하다는 감사원 사무처의 보고와 달리 감사위원 6명 만장일치로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해선 책임을 불문(묻지 않음)하기로 했다. 대신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전 위원장 관련 지적사항에 대해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출장비 횡령 의혹을 받은 전 위원장 수행비서 A씨의 경우 혐의가 일부 인정돼 해임을 요구키로 했다. 감사위원회의에 참석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같은 감사 심의 결과에 격렬히 반발했다고 한다. 감사원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다수의 감사위원이 유 총장이 주도한 감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6명의 감사위원 중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추천했던 이미현 감사위원을 제외하곤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추천돼 감사위원이 됐다.
감사위원회의가 전 위원장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 건 감사원이 기관 비위와 관련해 장관급 기관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은 전례가 흔치 않고, 감사에서 드러난 전 위원장의 일부 혐의가 다소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감사에 단초가 됐던 전 위원장의 근태 의혹이 대표적이다. 감사 결과 관련 제보와 부합하는 내용이 확인됐지만, 감사위원회의에선 “장관급 기관장에게 근태 책임을 물은 경우가 없다”며 일부 사실관계만 감사 보고서에 담기로 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 전 위원장에 대해 수사 의뢰를 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관련 허위보도자료 작성 의혹에 대해 감사위원들은 “보도자료 표현 일부가 부적절했으나 허위로 보긴 어렵다”며 전 위원장에 대한 개인 책임 대신 기관 주의 결정을 내렸다. 권익위는 3년 전 추 전 장관 현직 시절 진행된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추 전 장관에게 이해충돌의 소지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며 “국민권익위의 유권해석은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결과”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감사원 실무진은 보도자료 작성 과정에 전 위원장이 개입한 정황이 있어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결과’라는 문구가 허위라고 주장했지만, 감사위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감사원은 부하 직원에게 대학원 과제를 시키는 등 갑질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권익위 B국장에 대해 전 위원장이 탄원서를 써준 부분에 대해서도 전 위원장 개인 책임이 아닌 기관 책임을 묻기로 했다. 전 위원장이 B국장에게 탄원서를 써줬음에도 여전히 중징계 필요성을 고수했고, 전 위원장 외에 다른 권익위 관계자도 B국장에게 탄원서를 써준 부분이 참작됐다. 출장비 횡령 의혹을 받은 전 위원장 수행비서 A씨의 경우 감사위원회의에서 해임을 요구키로 했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날 감사위원회의에선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전 위원장의 책임 여부 등을 놓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회의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유 총장은 위원회 감사 의결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고 한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유 총장이 그렇게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감사원 내에선 유 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감사위원은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임명됐다. 그중 김인회 감사위원은 문 대통령과 『문재인, 김인회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의 공동 저자고, 이남구 감사위원은 문재인 정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애초 장관급 기관장의 책임은 기관주의로 묻는 경우가 많고 전 위원장에겐 수사 의외로 개인 책임을 물었다”며 “주요 감사내용 대부분이 보고서에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르면 내주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