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방산업의 수출길을 넓혀보겠습니다.”
지난달 4일 취임한 남화영(59·사진) 소방청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K-소방산업 분야 ‘1호 영업사원’이 돼 해외 소방장비 제조업체 등을 찾아 우리 기업이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돕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남 청장은 소방의 핵심 업무라 할 수 있는 구급 대책도 강조했다. 그는 “심정지나 뇌졸중 환자 같은 초(超)응급환자를 의료기관 통보 후 즉시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작동해야 구급차 안에서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일명 ‘구급차 뺑뺑이’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남 청장은 또 신고자 목소리만으로 위험 정도를 감지하는 인공지능(AI)기반 119신고 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남 청장과 인터뷰는 지난달 26일 소방청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남 청장과 일문일답.
- 소방청장이 ‘영업사원’이 되겠단 게 무슨 뜻인가.
- “국내 소방산업은 영세하다. 매출액 17조4959억원(2021년 기준) 수준이다. 소방산업 진흥은 국민안전과 직결된 만큼 중요하나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제도적 뒷받침을 하지 못했다. 이에 우선 오는 8월30일~9월1일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소방안전박람회’를 비즈니스 장이 되도록 하겠다. 기존엔 전시 위주였다. 또 청장을 단장으로 하는 해외시장개척단도 꾸려 세일즈에 나설 계획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체 소방산업 기업체는 8909개사다. 이중 1.6% 정도만 수출 경험이 있다.
- 관심 보인 해외업체 있나.
- “중동지역 시장 점유율 1위 소방장비 제조업체인 나프코(NAFFCO)의 칼리드 알 카티브 사장을 비롯한 구매책임자들이 대구 박람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람회는 K-소방산업 우수성을 알릴 기회다. 내년 1월 두바이서 열리는 소방산업 전시회에 한국관도 운영할 계획이다.”
- ‘구급차 뺑뺑이’ 문제가 심각하다.
- “길에서 허비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사실 소방만 노력해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일단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 또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의료기관에 통보하면 즉시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응급의료 긴급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병원 이송 등을 지휘하는 ‘지역 응급의료 상황실’을 만들고, 응급 환자 병원 이송 등을 통제하기로 했다. 병상이 없을 땐 경증 환자를 빼서라도 응급환자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 소방청장 직무대리 맡자마자 ‘이태원 참사’ 터졌다. 취임식 때 참사 대응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언급했는데.
- “현장 대응이 적절했는지 되짚어보는 것은 당연한 임무다. (참사) 초기상황에서 심각성을 인지하는데 지체됐다. 신고자 음성만으로 현장 긴급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AI기반 119신고 시스템을 확대해나갈 것이다. 현재 대전에서 시범운영 중인데 출동시간 단축 등 효과가 나타났다.”
- ‘순직’ 소방관이 나와선 안 된다.
- “지휘관이 상황판단을 정확하게 하고 2인 1조 활동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물론 전술운용 능력도 높여야 한다. 또 민간 도움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커다란 공간이 컴컴한 미로가 된다. 소방시설을 통제할 수 있는 방재실은 대부분 지하라 접근이 까다롭다. 그런데 대구 쿠팡 물류센터는 방재실을 1층 잘 보이는 곳에 뒀다. 이처럼 건축허가 단계부터 안전이 고려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