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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손민호의 레저터치

6월은 여행가는 달, 대통령도 떠나시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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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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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레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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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15차 비상경제 민생회의가 열렸다. 경기가 워낙 안 좋으니 내수를 살려야 한다며 대통령이 소집한 비상회의였다.

경제 분야 회의였으나 여행 기자로서 관심을 가져야 했다. 대통령이 내수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관광산업을 콕 집어 말했기 때문이다. 보도자료를 보면 대통령이 “다양한 문화, 관광 상품과 골목상권, 지역 시장의 생산품, 특산품에 대한 소비와 판매가 원활히 연계되도록 하여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나온다.

6월은 여행가는 달이다. 정부가 3월 내수 활성화를 위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했다. [여행가는 달 홈페이지 캡처]

6월은 여행가는 달이다. 정부가 3월 내수 활성화를 위해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표했다. [여행가는 달 홈페이지 캡처]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마련한 관광정책 대부분은 사실 여행비 지원사업이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여행자금 20만원을 모으면 정부가 10만원을 얹어주는 ‘근로자 휴가 지원사업’, 지역에서 최고 7만원 이상 숙박상품을 사면 5만원어치 할인권을 주는 ‘숙박 세일 페스타’ 등이다. 교통·숙박·레저 등 주요 관광 부문에서 한 달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지원사업의 이름이 ‘여행가는 달’이고, 3월 비상회의에서 못 박은 여행가는 달이 바로 6월이다. 그러니까 올 6월은 정부 시책에 따라 전 국민이 여행을 가야 하는 달이다.

드디어 6월이다. 하여 제안한다. 정부가 정말 관광산업이 침체한 내수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통령부터 떠나시라. 6월에는 여행을 가라고 정부가 정했으니 대통령부터 모범을 보이시라. 바빠서 못 가겠다는 건 핑계로 받아들이겠다. 안보만 비상인가? 경제도 비상이고, 관광도 정상이 아니다. 당장 떠나지 않아도 된다. 6월은 아직 많이 남았다.

정히 갈 데를 못 정하겠으면 도와드리겠다. 이미 여러 번 방문한 박정희 생가 같은 데 말고, 이왕이면 호남으로 가시라. 강진에 내려가서 전국 생활관광의 모범이 된 ‘푸소’ 농가에서 하룻밤 묵으며 농부가 차려주는 시골 밥상을 받아보시고, 광주에서는 오후 5시 18분마다 5·18민주광장 시계탑에서 흘러나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 멜로디를 들으며 주먹밥과 상추 튀김을 맛보시라. 이런 게 여행이고, 이런 여행을 해야 내수에 활기가 돈다.

제주도도 좋겠다. 이왕이면 손수 렌터카를 빌려보시라 권한다. 왜 한국인 대다수가 제주도가 비싸고 불친절하다고 느끼는지, 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를 마다하고 날도 덥고 습기 많은 동남아를 꾸역꾸역 찾아가는지, 왜 1분기 여행수지가 3년 반 만에 최악인 4조2883억원 적자가 났는지 직접 체감하시라.

안타깝게도 정부 관광정책의 8할은 지원사업이다. 윤석열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도, 박근혜 정부도 국민 노잣돈에 예산 몇 푼 보태는 게 대단한 관광정책인 양 행세했다. 예산 380억원 나눠주는 선심성 이벤트보다 솔선수범의 정치가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대통령부터 여행을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