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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모닝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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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북한의 위협을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 조선중앙방송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신형ICBM 화성-17형 홍보영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현장지도하는 모습이다. ICBM 기술이 곧 위성발사체 기술이다. 연합뉴스

북한의 위협을 상징하는 대표적 장면. 조선중앙방송이 지난해 3월 공개한 신형ICBM 화성-17형 홍보영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현장지도하는 모습이다. ICBM 기술이 곧 위성발사체 기술이다. 연합뉴스

5월 31일 6시 32분 서울상공에 울린 사이렌은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은 공포다. 사이렌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죽음의 공포, 전쟁의 공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다. 70대 이상은 6·25전쟁을 떠올렸을 것이다. 50대·60대가 가장 많이 떠올린 기억은 1983년 북한 미그19기를 몰고온 이웅평의 기습 귀순일 것이다. 당시 서울상공에도 돌발 사이렌이 울렸다. 다급한 목소리의 방송도 이어졌다. '공습경계경보를 발령합니다. 국민 여러분 실제상황입니다.'
죽음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죽음의 공포가 고통스럽기에 인간은 누구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회피하며 살아간다. 천당이나 극락 같은 사후세계를 믿음으로써 두려움을 없애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실존하는 공포는 깊은 무의식속에서 인간행동을 통제한다.
새벽 사이렌과 황당한 위급재난문자는 개인별 정도차이를 떠나 기본적으로 '전쟁과 죽음이 우리 곁에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무의식적으로 회피해왔기에 모호한 비현실처럼 여겨져온 전쟁과 죽음의 공포가 직접 내 눈과 귀로 확인됐다. 새벽꿈처럼 어수선하고 모호했던 공포를 현실속에서 일깨웠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렌은 '김정은의 모닝콜'이란 표현이 와닿는다.
공포에 대한 본능적 대응은  '싸움 아니면 도망(Fight or Flight)' 이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도망치긴 어렵다.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무의식이 발동된다. 김정은의 모닝콜은 남한의 보수강경화를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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