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우리는 언제부터 재난문자를 받았을까. 2002년 기상청이 SKT와 손잡고 호우·폭설 등 기상경보를 재해 다발지역에 시범 서비스한 게 시작이었다. 1년여 뒤 조사에서 메시지를 받은 사람의 64%가 ‘큰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이에 행정안전부 산하 소방방재청이 나서 2005년 5월 이동통신 3사와 함께 재난문자 서비스 전국 도입을 발표했다. 벌써 18년 됐다.
재난문자는 역할이 컸지만 논란도 적잖았다. ‘꼭 필요한 것만, 꼭 필요할 때 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문제였다. 2016년 정부가 효율적 수·발신을 위해 재난문자를 ‘위급·긴급·안전안내’ 3단계로 구분했다. 최고 단계인 위급 문자만 무조건 울리게 하고 나머지는 개개인이 수신 거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위급은 공습경보·경계경보·화생방경보 등 민방공 상황 때, 긴급은 테러나 방사능물질 유출 예상 때 보낸다. 그 외는 모두 안전안내 문자다.
그런데 코로나·지진·황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최근 수년간 안전안내 문자가 범람하면서 재난문자 피로감이 폭증했다. 2020~2022년 발송된 재난문자가 연평균 5만4402건으로 이전보다 131배가량 늘었다. 중앙정부·각급 지자체·산하기관 등 발송 주체가 겹치면서 검색창에 ‘재난문자’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재난문자 알림 끄기’ ‘재난문자 차단’이 뜬다. 보다 못한 정부가 “불필요한 수신을 대폭 줄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고 지난달 24일 기존 시·군·구 단위였던 발송 범위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했다.
공교롭게 불과 일주일 뒤 사상 첫 ‘위급’ 재난문자 사태가 있었다. 북한 발사체 실험 직후인 지난달 31일 오전 6시 41분 서울시가 전시(戰時)를 알리는 경계경보 재난문자를 보낸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이 곧장 “사고로 인한 추락”임을 밝히면서 또 “과잉 대응” “오발령” 논쟁이 일고 있다.
정치적 책임 공방은 볼썽사납다. 향후 발신 기준과 체계 재정립에 집중하길 기대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보고서에서 설문 응답자의 66.6%가 ‘재난정보 확인에 가장 중요한 매체’로 여전히 휴대폰을 꼽았다. 재난문자가 아무리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도 ‘전쟁 알림’은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라는 국가의 원초적 존재 이유에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