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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계약해지” 요구 급증, 중기 사장님들 속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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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는 모습. 코로나19 기간 국내 입국 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지난해부터 늘고 있다. [뉴스1]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는 모습. 코로나19 기간 국내 입국 이 막혔던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지난해부터 늘고 있다. [뉴스1]

자동차용 센서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성원A.C공업의 최원충 대표는 올 초 외국인 근로자 A씨로부터 “퇴사시켜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친구들이 근무하는 회사로 옮기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지난해 11월 입국했다. 이를 거절하자 그는 무단결근을 하고 공장에서는 태업을 했다. 플라스틱 사출 업체인 동진테크 이동수 대표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외국인 근로자가 회사에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근무지 이전을 요구했고, 받아들이지 않자 꾀병을 부리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결국 사업장을 변경해줬다. 이 대표는 “영세기업 입장에서는 이럴 경우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소기업인들은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열린 ‘외국 인력 정책 토론회’에서 인력 관리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근로자 태업에 대한 대항 수단이 없다 보니,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설문조사를 통해 “마지못해 계약 해지에 동의해준다”고 답하기도 했다.

외국인 근로자 계약현황

외국인 근로자 계약현황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달 외국 인력(E-9 비자)을 활용하는 종업원 5인 이상 중소기업 500개 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8%는 입국 후 6개월 이내 근로자가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상황을 겪었다. 사유는 ‘친구 등과 함께 근무 희망’(39%)이 가장 높았다. 계약 해지를 거절한 기업의 85%는 태업·꾀병·무단결근 등을 경험했다. 결국 계약 해지를 요구받은 기업의 97%가 계약을 해지했다. 이들 기업은 대체 인력 구인 애로(81%), 외국인 근로자 도입 비용 손실(57%), 제품 생산 차질(55%) 등을 겪었다.

답변 기업 75%는 사업장을 변경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인센티브로는 체류 기간 연장(68%), 재입국 절차 간소화(20%) 등이 꼽혔다.

사업주의 과실이 없어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요구하며 태업 등 부당 행위를 하면 강제 출국(38%), 재입국 시 감점 부여(27%), 체류 기간 단축(22%) 조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중소기업 사업주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간 분쟁 조정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를 통해 태업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고 사실관계 검토 등 분쟁을 조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구인·구직 미스매치 해소도 필수적이다. 선박 부품을 생산하는 한국기전금속 김동현 대표는 “주물 업계 근로자 평균 연령이 60세를 넘었고 젊은 인력 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E-9 비자를 업종별로 세분화하고, 이직하더라도 동일 업종에서 근무하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외국인 근로자(E-9)는 지난 4월 기준 27만8363명이 체류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5만6851명(26%)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지난해 이후 체류 인원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의 첫 직장 1년 미만 근무 비중도 2017년 39.9%에서 2020년 42.3%로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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