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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투표’ 이어 ‘아빠찬스’…선관위, 감사원 감사 거부 가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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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1일 선관위 자녀 채용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이 1일 선관위 자녀 채용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 착수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인 1일 선관위가 사실상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 부분은 직무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면서 “선관위는 헌법기관이라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사무처의 감사 불가 입장도 명확하다고 한다.

선관위는 이와 관련해 2일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선관위 고위 관계자는 “대책회의 이후 공식 입장이 나온다. 정확히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지만, 기류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감사원은 전날 “선관위 전·현직 직원의 가족 채용실태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며 감사 착수를 전격 공지했다. 승진과 전보에서 특혜와 편의가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유병호 사무총장 직속의 이른바 ‘타이거파’ 감사관 투입도 예고했다.

선관위 반발이 표면화하자 감사원은 “이런 상황에서 감사 거부가 말이 되느냐”며 내부적으로 발끈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소쿠리 투표함’ 감사 때는 선관위의 본질적 업무라 직무감찰을 양보했지만, 이번 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 거부는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시 선관위는 자체 감사 자료 외에 인사 관련 자료는 대부분 제출을 거부했다.

감사원과 선관위의 ‘감찰 범위’를 둘러싼 충돌은 모호한 법 조항 탓이 크다. 감사원법(24조)에는 감찰 제외 대상으로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이 명시돼 있으나 선관위는 빠져 있다. 헌법(97조)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로 감찰 대상을 한정해 헌법기관은 폭넓게 예외를 뒀다.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헌법을, 감사원은 감사원법을 각각 내세워 감사 범위를 다르게 해석하며 맞서고 있다.

선관위 입장 발표에 따라 소쿠리 투표 논란에 이어 감사원과의 정면충돌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선관위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는 협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권익위는 1일 브리핑을 통해 “전수조사를 오늘 시작했다”며 “권익위 권한에 따라 단독으로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권익위는 강제조사 권한이 없어 선관위 전 직원 인사자료 제출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선관위는 채용 의혹 대상자 외에 전 직원 인사기록 제출에는 부정적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가 권익위 조사는 받겠다고 하면서 감사원 감사는 안 받겠다는 건 이중적이다”고 비판했다.

◆동생 특혜채용 ‘형님 찬스’ 의혹도=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이어 형제 특혜채용 의혹도 제기됐다. 1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광역지자체 선관위 사무처장(2급) A씨의 동생 B씨가 현재 서울 지역 기초 선관위 주무관(6급)으로 근무 중이다. 당초 B씨는 경기 기초단체 8급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2014년 경기지역 기초 선관위 경력(8급)으로 채용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5년 1월 1일 7급으로 승진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8급에서 7급까지 승진 평균 소요 연수는 5년11개월이다. 선관위 근무 연수만 따지면 초고속 승진이다. A씨는 B씨가 경력 채용될 당시 선관위 서기관(4급)이었다.

이만희 의원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동안 견제받지 않고 곪아 있던 살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외부기관과 단순히 합동 조사를 벌일 게 아니라, 더 전문적인 감사원 감사를 당장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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