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죄다 부결이더라"…원스톱 대환대출, 편리하긴 한데 싼 대출이 없네

중앙일보

입력

높은 관심 속에 세계 최초의 온라인·원스톱 대환(새 대출로 기존 대출 갚는 것)대출 서비스가 첫발을 뗐다. 하지만 갈아탈 대출 상품을 찾지 못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금융당국이 서비스 초기임을 고려해, 10억원 한도의 신용대출로 대환 대상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이틀간 3887건, 1055억원 대출 갈아타

대출대환 서비스 상황별 이용 방법(예시)_2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대출대환 서비스 상황별 이용 방법(예시)_2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

1일 금융위원회가 이날 오후 4시까지 집계한 대출 이동 건수는 총 3887건이었다. 대출 금액으로 하면 약 1055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실제 대출을 갈아탄 사례를 모두 합한 것이다.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은 영업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 대출 상품을 비교한 뒤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한 서비스다. 대출 갈아타기가 훨씬 수월해져 1000조원 가계대출 시장의 ‘머니무브’가 본격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불만은 갈아탈 대출 상품이 없다는 점이었다. 김상진(37)씨는 “이용하는 은행과 대환대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 모두 들어가 대환 가능 상품을 조회했는데 죄다 ‘부결(갈아탈 대출 상품 없음)’이 뜨더라”면서 “대출 상품이 없는 것인지, 내가 조건이 안 되는 건지도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고 했다.

한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갈아탈 대출 상품이 있는지 조회를 많이 하지만, 실제 대출 갈아타기까지 이뤄지는 사례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10억 신용대출로 제한, DSR 등이 걸림돌

네이버페이 대출 갈아타기.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페이 대출 갈아타기. 네이버파이낸셜

기대만큼 대환대출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이 서비스 초기임을 고려해 대상을 제한한 영향이 크다. 현재 대환대출이 가능한 것은 10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은 이번 서비스에서 일단 빠졌다. 신용대출 중에서도 정책 보증이 들어간 상품은 대환이 불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담대 등으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용대출은 이미 주거래 은행을 통해 우대금리를 받은 사례가 많아 더 싼 대출을 찾는 것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특히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서비스는 우대금리를 표시하지 않아 실제 받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금리보다는 높게 표시된다.

대환대출이 개인별 소득수준이나 조건에 따라 제한된다는 점도 상품 선택을 더 어렵게 했다. 과거에 받은 대출이 많아, 최근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를 넘긴 상황이라면 아예 대출 한도 자체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스템 오류로 인해 대환대출 상품이 검색되지 않은 사례도 많았다. 다만 금융위는 “시스템이 안정화 되면서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했다. 일부 대환대출 플랫폼에는 입점 금융사가 적어 많은 대환대출 상품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일반 금융사 앱을 이용하면 모든 대환대출 상품을 조회할 수 있다.

조용한 경쟁 이미 시작

시중은행 ATM. 연합뉴스

시중은행 ATM. 연합뉴스

서비스의 틀이 일단 마련된 만큼, 대출 고객을 잡기 위한 금융사들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 중 후발주자에 속하는 하나·우리은행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당근책을 제시했다. 하나은행은 일반 모바일 신용대출(연 5.354%)보다 0.72%포인트 싼 금리의 대환대출 특화 상품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자사 대출 상품으로 대환한 우수 신용등급 고객에게 최초 약정기간 대출금리를 0.5%포인트 추가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은 기존 고객 수성에 초점을 두고, 이탈 우려 고객에게 2만원 상당의 금융쿠폰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대출 갈아타기 고객 중 30명을 추첨에 첫 달 대출 이자 지원 등을 한다는 방침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인 네이버페이는 오는 12월까지 갈아탈 수 있는 대출을 조회만 해도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1000원 지급하기로 했다. 또 실제 대출을 갈아타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최대 10만원까지 제공한다. 뱅크샐러드는 제휴를 맺은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1%포인트 추가로 깎아주기로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주담대가 대환대출에 포함되고, 금융당국 규제가 좀 더 풀리면 진짜 경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