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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생각해 전담 갈아탔어요" 이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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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직장 상사의 모습을 연출한 금연 공익광고 [보건복지부]

사무실 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는 직장 상사의 모습을 연출한 금연 공익광고 [보건복지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흡연을 시작한 직장인 최모(32)씨는 줄곧 일반담배(궐련)를 피우다가 지난해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로 갈아탔다. 연초보다는 ‘담배 맛’이 떨어지지만, 유해물질이 적다는 말에 혹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연초보다 독성이 적다고 들었다. 당장 담배를 당장 끊기는 어려우니 그나마 건강에 덜 해롭지 않을까 생각해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담배 시장 동향’을 보면 작년 한 해 담배 판매량은 36억3000만갑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4억5000만갑)보다 5.3% 증가했다. 눈에 띄는 건 일반담배 판매량이 30억9000만갑으로 전년보다 1.8% 감소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5억4000만갑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한 부분이다. 최씨처럼 일반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이동하는 흡연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자담배는 그만큼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일까.

궐련형 전담 흡연자 80%는 일반담배 중복 사용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주장에 대해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라고 말한다. 조 교수는 지난달 31일 열린 세계금연의날 포럼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10명 중 8명이 일반담배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유해물질이 적은 건 맞지만, 궐련형 전자담배만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가 공개한 ‘2022년 전자담배 사용행태 및 인식조사 연구’ 자료를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중 궐련형 전자담배만 단독사용하는 비율은 19.4%에 그친다. 나머지 42.3%는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이중사용했고, 31.2%는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더해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삼중으로 사용했다. 액상형과 궐련형을 이중사용하는 이들은 7.1%였다. 앞서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고 한 최씨도 “담배 맛 때문에 종종 일반담배를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유해물질의 농도가 낮아진다고 해서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비례해서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전자담배를 피울 경우 유해물질이 줄어드는 건 맞지만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일반담배 옮겨갈 수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한 직원이 전자담배를 진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총 36억3000만 갑으로 전년 35억9000만 갑 대비 1.1% 증가했다.   궐련 담배의 판매량의 1.8% 감소에도 불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21.3% 증가하며 전체 담배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 기재부는 면세 담배 수요가 국내로 흡수된 효과가 지난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한 직원이 전자담배를 진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총 36억3000만 갑으로 전년 35억9000만 갑 대비 1.1% 증가했다. 궐련 담배의 판매량의 1.8% 감소에도 불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21.3% 증가하며 전체 담배 판매량 증가를 견인했다. 기재부는 면세 담배 수요가 국내로 흡수된 효과가 지난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1

최근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행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니코틴을 섞은 특수 용액 증기를 마시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에 불을 붙이거나 가열하는 궐련·궐련형 담배보다 냄새와 위해성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오프라인 무인 판매점이나 온라인에서일반담배보다 손쉽게 구할 수 있어 청소년들의 액상 전자담배 사용률은 증가 추세다. 최근 3년(2020~2022년)간 청소년(중·고등학생)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을 보면 남학생은 2.7%→4.5%, 여학생은 1.1%→2.2%로 증가했다.

조 교수는 “액상 전자담배는 냄새가 안 나 집에서도 몰래 피울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청소년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이 늘어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어른들은 보통 일반담배를 처음 접하다가 전자담배로 가는데 청소년은 전자담배를 피우다가 일반담배로 간다”고 말했다. 전자담배가 아니었다면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 저위험군(low-risk)이 전자담배를 통해 흡연 입문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담배규제 정책 의지가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향후 ▶담뱃값 경고 그림 확대 ▶담뱃값 인상 등의 규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은 ‘담뱃값’ 인상”이라며 “한국에선 2015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 뒤 8년간 동결됐는데 그간 1인당 실질 국민소득이 10.1% 올라간 걸 고려하면 사실상 담배 실질 가격이 내려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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