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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째 수출 역성장에도…무역적자, 1년 만에 가장 적었다

중앙일보

입력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송봉근 기자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송봉근 기자

'-21억 달러'. 지난달 무역적자가 1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로 줄었다. 8개월째 수출 역성장이 이어졌지만,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 감소세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관세청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2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2% 감소했다. 수입액은 543억4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14% 줄었다. 조업일수(지난해 23일, 올해 21.5일)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액 증감률은 -9.3%였다. 5월 한 달 동안 무역수지는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누적 무역적자 규모도 273억5000만 달러로 늘었다.

다만 긍정적 신호도 들어왔다. 월간 적자액은 올 1월(-125억3000만 달러) 뒤로는 꾸준히 개선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해 5월(-15억8000만 달러) 이후 1년 만에 월간 최저치를 찍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5.8%)부터 8개월 연속 내림세를 나타냈다. 최근 이어진 IT(정보기술) 업황 악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실적이 잘 나온 데 따른 역(逆) 기저효과, 조업일수 감소 등도 수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5대 주요 품목 가운데 반도체(-36.2%)·석유화학(-26.3%)을 비롯한 13개의 수출이 줄었다. 특히 '1위 품목'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단가 하락 등의 여파로 10개월째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6월 3.35달러였던 D램 고정가는 지난달 1.4달러까지 떨어졌다. 다만 자동차(49.4%)가 11개월 연속 증가세로 수출 버팀목 역할을 했고, 일반기계(1.6%)는 '플러스'(+) 전환됐다.

중국(-20.8%)을 비롯한 주요 6대 지역 수출은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대(對) 중국 수출이 12개월 연속 내리막을 탔다. 중국·아세안으로의 수출 부진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이들 지역의 대세계 수입이 줄어든 게 크게 영향을 미쳤다. 대 미국·유럽연합(EU) 수출 감소는 지난해 5월 호실적에 따른 역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지난달 수입은 원유(-16.2%)·가스(-20.2%)·석탄(-35.1%) 등 3대 에너지원에서 20.6% 급감한 영향으로 1년 전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국제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세 덕분이다. 에너지 외에 반도체·철강 등 원부자재 수입도 하락했다. 월별 수입 감소율은 3월 -6.4%, 4월 -13.3%를 거쳐 지난달 -14%로 점점 커지고 있다. 줄어든 수입이 무역적자 확대를 막아주는 셈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에 따라 3분기 중 수출·수입 동반 감소로 인한 월간 무역흑자 전환 전망에 힘이 실린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국내 경기 저조,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당분간 수입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오는 8~9월께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향후 무역 전선의 최대 변수로는 수출 반등 시기가 꼽힌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전기차·라면 같은 유망 품목 밀착 지원, 중국 내 프리미엄 소비재 전시회와 신성장 제조업 마케팅 지원 등으로 수출을 늘리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달 말 산업연구원의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국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상저하고' 기대가 흔들리는 것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반도체 경기 반등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결국 반도체가 수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내세운 '수출 플러스' 목표는 수정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정부는) 하반기에 무역수지부터 개선되고, 그다음 수출도 개선될 거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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