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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2차 발사 예고…北주민은 모르게 실패 장면 꼼수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일 담화를 내고 "군사정찰위성은 머지않아 우주 궤도에 정확히 진입하여 임무 수행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 전날인 지난달 31일 시도했던 위성 발사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2차 발사에 나설 것임을 재확인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군사정찰위성문제에 그리도 불안 초조해하는 미국과 그 주구들의 심리를 읽으며 적들이 우리가 정찰위성을 포함한 우수한 정찰정보수단을 보유하게 되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는 것을 재삼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연설을 하는 모습. 김여정은 1일 담화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조만간 재발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해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연설을 하는 모습. 김여정은 1일 담화에서 군사정찰위성을 조만간 재발사할 것임을 예고했다. 노동신문, 뉴스1

단 구체적 발사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전날 북한 우주개발국이 "과학 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 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던 것처럼 '머지 않아'라고만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사진 왼편에 있는 물체가 북한이 '만리경-1호'로 명명한 군사정찰위성-1호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사진 왼편에 있는 물체가 북한이 '만리경-1호'로 명명한 군사정찰위성-1호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담화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 역할을 하고 있는 김여정을 통해  빠른 시일 내 2차 발사를 예고했던 국가우주개발국의 발표에 재차 무게감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백두혈통'으로 지칭하는 김씨 일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북한이 제2차 발사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美, 위성 규탄은 자가당착 궤변"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이번 발사체 도발을 "남들이 다 하는 위성 발사"라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만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들이 다 하는 위성발사를 놓고 그 목적 여하에 관계없이 탄도로케트(로켓)기술 이용을 금지한 유엔 안보이사회 결의에 걸어 우리(북한)만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억지 논리"라고 했다. 특히 미국을 특정해 "우리의 위성 발사가 굳이 규탄을 받아야 한다면 미국부터 시작하여 이미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들이 모두 규탄을 받아야 한다"며 "그야말로 자가당착의 궤변 외에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뉴스1

김여정의 주장은 "각국은 무차별하고 자유롭게 우주 공간과 천체를 탐사·이용할 수 있다"고 한 '우주조약(1967년)'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을 향해서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단과 관련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금지한다"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1718·1874호)가 내려져 있다. 또 유엔 헌장(103조)은 "다른 모든 국제적 의무보다 유엔 헌장에 따른 회원국의 의무가 우선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엔에 가입한 북한엔 우주조약보다 안보리 결의가 먼저 적용된다.

실패한 '천리마-1형' 발사 장면도 공개

북한은 이날 오전 김여정 명의의 담화를 공개한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쏜 우주발사체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서해위성발사장 내에 새로 만든 발사대로 추정되는 장소에서 '천리마-1형'이 화염을 일으키며 발사되는 장면이 담겼다. 발사체의 탄두부는 기존 ICBM 등과는 달리 로켓 몸체보다 직경이 두꺼운 뭉툭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는 정찰위성이 탑재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한이 이 영상을 공개한 건 자신들의 발사가 정상적인 우주개발 계획에 따른 위성 발사 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했다. 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전날) 발사가 위성 발사였다고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신속히 발사 실패를 발표한 데 대해 "2012년 4월에도 북한이 당일에 위성 발사 실패 사실을 보도했다"며 "북한 스스로 국제기구에 통보한 사안이고,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으니 숨길 수도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이날 김여정 담화와 실패한 위성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한 매체는 조선중앙통신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대외용 매체다. 북한 내부엔 발사 실패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대화 필요성 느끼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소인수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소인수회담을 마치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이 기회에 말끝마다 '외교의 문'이요, '진지한 협상'이라는 겉 발린 대화 타령으로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흐리려 드는 미국에 다시 한번 명백히 경고해두고자 한다"며 "우리는 '정권 종말', '제도 전복’을 입버릇처럼 떠들어 대는 미국과 그 앞잡이들과는 대화할 내용도 없고 대화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또 "우리는 미국과의 대결의 장기성을 잘 알고 있으며 전망적인 위협과 도전들을 의식하고 포괄적인 방면에서 전쟁억제력 제고에 모든 것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임을 알렸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주구들이 계속 우리의 주권적 권리를 침해하는 망동을 부리려 할 때에는 결코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전환되지 않는 한 '내 갈 길 가겠다'는 메시지를 다시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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