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대 30곳에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108개 대학이 지원했다. 비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97%가 신청서를 냈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최종 선정 대학이 발표되는 10월까지 대학가 진통이 예상된다.
‘한 장에 200억’ 5장 컨셉노트에 진땀 뺀 대학들 “소설보다 시가 어렵다”
경쟁률 10대1…1000억원에 통합 바람 불었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0곳을 선정하는 글로컬대학에 94건의 지원서가 접수돼 경쟁률은 10대 1에 달했다. 참가 대학 수는 108개교인데, 통합을 전제로 몇 개 대학이 공동으로 지원한 곳도 있다. 수도권 대학이나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제외한 166곳 중 65.1%가 지원했다.
설립 형태별로는 국립대가 31곳 중 25곳, 사립 일반대(4년제)가 66곳 중 64곳이 신청했다. 공립대는 6곳 중 1곳, 사립 전문대는 63곳 중 18곳이 신청서를 냈다. 특히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난을 겪는 사립대 참여율이 높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14건(16개교)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 14건(15개교), 경북 13건(14개교), 대전 7건(9개교), 전북 6건(9개교) 등이다.
통합을 전제로 한 지원서는 13건(27개교)이었다. 사립 일반대와 사립 전문대 통합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립대와 국립대 간 통합도 4건 있었다. 대학의 통합 움직임은 교육부가 글로컬대학의 혁신 사례로 구조조정과 통합을 언급하면서 본격화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남대-한밭대, 강원권에서는 강원대-강릉원주대, 호남권에서는 전주대-예수대-전주비전대학교, 목포대-순천대-전남도립대, 영남권에서는 안동대-경북도립대, 영남대-영남이공대, 계명대-계명문화대, 부산대-부산교대 등이 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대학가에선 잇따른 통합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통합 계획을 제출한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학내 반발 여론을 잠 재우며 양측 입장도 조율해 지원서를 제출하느라 애를 먹었다. 비슷한 일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또 다른 대학 총장은 “통합만이 혁신의 답은 아니다. 통합을 추진하다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은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설보다 시가 더 어렵다”…5장 컨셉노트에 진땀
교육부는 이번 사업에 지원하는 대학들에게 5장 짜리 컨셉노트를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십, 수백장에 달하는 계획서를 제출했던 기존 사업과 달리 각 대학이 생각하는 혁신의 핵심만 담으면 5장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계획서 분량에 상관없이 컨셉노트 작성에 진땀을 흘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충청권 대학 관계자는 “소설보다 시가 더 어렵더라”고 말했다. 영남권 대학의 기획처장도 “분량부터 컨셉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5장 안에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어렵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충청권 대학 총장은 “내가 직접 초안을 잡고 다른 교수들이 검증 작업을 했다. 이에 따른 선정 결과도 총장인 내가 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별도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비평가를 시작한다. 대학들의 컨셉노트에 담긴 혁신성(60%), 성과관리 역량(20%), 지역적 특성(20%) 등을 살필 예정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예비 지정된 대학 15곳이 컨셉노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탈락한 대학의 계획서도 대학 동의 하에 공개될 수 있다.
10월 최종 선정…선정 대학 놓고 갈등 예고
예비지정 대학 15곳은 이달 내로 윤곽이 드러난다. 이 중 10곳만이 오는 10월 최종 선발된다. 투입 예산이 크고 경쟁률이 높은 만큼 사업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컬대학 접수 전날인 지난달 3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지방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사립대와 국립대 간의 신경전도 오가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지금의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거점국립대에 비해 사립대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전국 대학 중 사립대가 80%에 달하는데, 이런 비율에 맞춰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