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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노트 보고 1000억 쥐여준다…글로컬대학 경쟁률 10대 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LW 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LW 컨벤션에서 열린 2023년 글로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대 30곳에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108개 대학이 지원했다. 비수도권 사립대의 경우 97%가 신청서를 냈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최종 선정 대학이 발표되는 10월까지 대학가 진통이 예상된다.

‘한 장에 200억’ 5장 컨셉노트에 진땀 뺀 대학들 “소설보다 시가 어렵다”

경쟁률 10대1…1000억원에 통합 바람 불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10곳을 선정하는 글로컬대학에 94건의 지원서가 접수돼 경쟁률은 10대 1에 달했다. 참가 대학 수는 108개교인데, 통합을 전제로 몇 개 대학이 공동으로 지원한 곳도 있다. 수도권 대학이나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제외한 166곳 중 65.1%가 지원했다.

설립 형태별로는 국립대가 31곳 중 25곳, 사립 일반대(4년제)가 66곳 중 64곳이 신청했다. 공립대는 6곳 중 1곳, 사립 전문대는 63곳 중 18곳이 신청서를 냈다. 특히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난을 겪는 사립대 참여율이 높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14건(16개교)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 14건(15개교), 경북 13건(14개교), 대전 7건(9개교), 전북 6건(9개교) 등이다.

전북지역 기독교 사립대학인 전주대학교와 예수대학교, 전주비전대학교 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북지역 기독교 사립대학인 전주대학교와 예수대학교, 전주비전대학교 총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통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통합을 전제로 한 지원서는 13건(27개교)이었다. 사립 일반대와 사립 전문대 통합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국립대와 국립대 간 통합도 4건 있었다. 대학의 통합 움직임은 교육부가 글로컬대학의 혁신 사례로 구조조정과 통합을 언급하면서 본격화했다. 충청권에서는 충남대-한밭대, 강원권에서는 강원대-강릉원주대, 호남권에서는 전주대-예수대-전주비전대학교, 목포대-순천대-전남도립대, 영남권에서는 안동대-경북도립대, 영남대-영남이공대, 계명대-계명문화대, 부산대-부산교대 등이 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충남대 학생회관에 설치된 충남대-한밭대 통합 반대 시위 전시. 중앙포토

충남대 학생회관에 설치된 충남대-한밭대 통합 반대 시위 전시. 중앙포토

대학가에선 잇따른 통합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통합 계획을 제출한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학내 반발 여론을 잠 재우며 양측 입장도 조율해 지원서를 제출하느라 애를 먹었다. 비슷한 일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 또 다른 대학 총장은 “통합만이 혁신의 답은 아니다. 통합을 추진하다 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대학은 후폭풍이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소설보다 시가 더 어렵다”…5장 컨셉노트에 진땀

글로컬대학 선정 절차

글로컬대학 선정 절차

교육부는 이번 사업에 지원하는 대학들에게 5장 짜리 컨셉노트를 요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십, 수백장에 달하는 계획서를 제출했던 기존 사업과 달리 각 대학이 생각하는 혁신의 핵심만 담으면 5장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계획서 분량에 상관없이 컨셉노트 작성에 진땀을 흘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충청권 대학 관계자는 “소설보다 시가 더 어렵더라”고 말했다. 영남권 대학의 기획처장도 “분량부터 컨셉까지 모든 게 낯설었다. 5장 안에 혁신성과 실현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게 어렵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충청권 대학 총장은 “내가 직접 초안을 잡고 다른 교수들이 검증 작업을 했다. 이에 따른 선정 결과도 총장인 내가 질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조만간 별도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비평가를 시작한다. 대학들의 컨셉노트에 담긴 혁신성(60%), 성과관리 역량(20%), 지역적 특성(20%) 등을 살필 예정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예비 지정된 대학 15곳이 컨셉노트를 공개할 계획이다. 탈락한 대학의 계획서도 대학 동의 하에 공개될 수 있다.

10월 최종 선정…선정 대학 놓고 갈등 예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비지정 대학 15곳은 이달 내로 윤곽이 드러난다. 이 중 10곳만이 오는 10월 최종 선발된다. 투입 예산이 크고 경쟁률이 높은 만큼 사업 선정을 둘러싼 잡음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컬대학 접수 전날인 지난달 3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한 지방대를 방문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사립대와 국립대 간의 신경전도 오가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지금의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거점국립대에 비해 사립대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전국 대학 중 사립대가 80%에 달하는데, 이런 비율에 맞춰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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