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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한파에 지방세 10조 줄 듯…서울은 '감추경' 다이어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도 보행잔교와 보행데크 조감도. 서울시는 원래 올해 하반기 이 사업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불용 처리하기로 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도 보행잔교와 보행데크 조감도. 서울시는 원래 올해 하반기 이 사업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불용 처리하기로 했다. [사진 서울시]

자치단체가 씀씀이 줄이기에 나섰다. 지방세 예상 수입을 줄여 다시 계산하고, 추경 규모를 줄이거나 아예 편성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3조408억원 규모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추경 예산인 8조88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5조6881억원(2020년)~6조5413억원(2021년) 수준이던 과거와 비교해도 규모가 작다.

특히 올해는 세수 감소에 따라 계획했던 예산을 줄이는 방식의 ‘감추경’을 했다. 서울시가 감추경을 실시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로써 올해 서울시 총예산(50조2828억원)은 2022년 최종예산(52조3072억원) 대비 2조원 이상 감소했다(-3.9%).

정수용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올해 4월 말 기준 지방세 징수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1조3390억원 줄었다”며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올해 첫 추경안 제출

지방세 세입 추이. 그래픽 차준홍 기자

지방세 세입 추이. 그래픽 차준홍 기자

다른 지자체도 비슷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본예산(7조639억원)보다 4128억원(5.84%)이 증가한 추경안을 제출했지만,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제주도 추경안이 예결특위 심사 과정에서 보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시는 1분기 지방세 세입이 8177억 원에서 7163억 원으로 줄어 감액 추경을 고민하고 있다.

경기도는 아예 상반기 추경 처리가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광역지자체 중 상반기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은 곳은 경기도가 유일하다. 하반기도 감액 추경이 예상된다. 경기도가 실제로 감액 추경을 한다면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이처럼 지자체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건 올해 지방세 수입이 10년 만에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8조5707억원이던 지방세 수입은 올해 108조9399억원으로 8% 감소할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지방세 수입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다.

서울시 세금조사관과 교통경찰관, 자치구 공무원이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방향에서 상습체납차량 합동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세금조사관과 교통경찰관, 자치구 공무원이 서울 올림픽대로 잠실방향에서 상습체납차량 합동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파르게 상승한 공시가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면서 부동산 보유세 예상 수입이 크게 줄었다.

지자체는 예산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당초 서울시가 올해 예산(47조1905억원)을 편성한 배경엔 지방세 수입(24조8818억원)이 지난해보다 7.7% 증가한다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서울시 지방세 징수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3390억원 감소하면서 비상이 걸렸다(4월 말 기준).

정수용 실장은 “정부가 공시지가를 2020년 수준으로 하락시키는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재산세 부분 감소가 확실해 이번 추경에 7696억원을 감액했다”며 “다만 4월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있다는 통계가 있어 향후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거래 축소 여파…지방세 8% ↓

서울시 예산 추이. 그래픽 차준홍 기자

서울시 예산 추이. 그래픽 차준홍 기자

예산이 구멍 난 지자체는 갖가지 방식으로 예산을 다이어트하고 있다. 이미 편성한 예산을 쓰지 않는 ‘불용(不用)’ 방식이 대표적이다. 통상 사업이 중지되거나 해당 연도 집행이 어려운 경우 불용 처리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선유도 보행잔교·수상갤러리 조성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192m 길이의 복층 형태 보행 데크를 강물에 띄는 이 사업은 원래 올해 하반기 착공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불용 처리해 43억원을 아꼈다. 비슷한 방식으로 서울시가 감액한 예산은 584억원이다.

세수 감소가 지자체 사업 재원을 줄여 행정 공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서 적자를 늘리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재정안정화기금을 충분히 쌓아둔 지자체는 주요 사업을 유지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자체는 어떤 사업을 축소해야 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세수 감소가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분석도 있다. 임상빈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추이만 보면 지방세가 감소했다고 느껴지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정상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며 “지자체 지출을 줄여서 줄어든 세수에 규모를 맞추는 것이 적절한 대응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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