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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ATL 회장 만난 머스크...백악관 "국가안보 지켜야" 우려섞인 시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년여 만에 중국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1위 중국 배터리 기업 CATL(寧德時代·닝더스다이) 회장을 만났다. 머스크를 비롯해 미국 주요기업의 CEO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고 있어, 양국 간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미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상하이 홍차오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상하이 홍차오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전날 쩡위췬(曾毓羣) CATL 회장을 베이징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이 회동에서 CATL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 일부 모델에 CATL 제품을 쓰고 있는데, 중국 기업에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탓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왔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배터리·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고 있지만, '해외 우려 기업'이 생산하거나 자본을 투입한 배터리에 대해선 지원을 하지 않아서다. 블룸버그통신은 "테슬라는 미 자동차업체 포드가 공장 지분 100%를 갖는 식으로 CATL과 미국에 합작 공장을 세우기로 한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머스크 CEO(왼쪽)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머스크 CEO(왼쪽)가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난 모습. EPA=연합뉴스

30일 베이징에 도착한 머스크는 친강(秦剛)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롯해 공업·정보화부 부장, 상무부장 등 고위급 인사를 연달아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공개 일정엔 포함되지 않았으나, 로이터 통신은 머스크가 방중 이튿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딩쉐샹(丁薛祥) 국무원 부총리와도 만났다고 전했다.

중국의 반응은 뜨겁다. 외교부가 "머스크는 미·중 이익이 얽혀있어 디커플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는가 하면, 소셜미디어에선 '선구자' '글로벌 아이돌'이란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머스크는 31일 상하이로 이동해 테슬라 공장 '기가팩토리'를 둘러봤으며, 리창(李强) 총리도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美 기업 CEO들 연이어 중국 방문...백악관 "국가안보" 강조

최근 중국을 찾은 거물급 미국 기업 CEO는 머스크뿐 아니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과 랙스먼 내러시먼 스타벅스 CEO도 31일 열린 글로벌차이나 서밋 참석을 이유로 각각 상하이를 찾았다. 얼마 전 시총 1조 달러(약 1320조원)를 넘겨 큰 주목을 받은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이달 중 중국을 방문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이들은 중국을 향한 긍정적 메시지도 앞다퉈 내놓고 있다. 4년 만에 방중한 다이먼 회장은 "우리는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중국에 있을 것"이라며 "미·중 무역은 줄어들지 몰라도 디커플링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러시먼은 중국 내 스타벅스 매장을 현재 6200여개에서 3년 내 9000여개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중국과 공급망을 분리하려 하는 미국 정부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방향이다.

이를 두고 CNN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CEO들은 중국이 기업 활동에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추구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얼마나 까다롭고 복잡한 일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백악관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1일 브리핑에서 "양국 경제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우리는 이런 상호연결성이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놨다. "이번 (CEO들의) 방문이 경제적 경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면서다.

커비 조정관은 또 최근 일본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G7 정상들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지적재산 도용, 중국에 대한 투자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는 경쟁 관계이며, 정부는 안보적 요소와 관련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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