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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형동생 4~5명 모여 7년 전 모의…6조 세탁한 범죄조직 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사이버 도박, 불법사금융 등 범죄조직에 전문적으로 유통한 조직 등 73명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사이버 도박, 불법사금융 등 범죄조직에 전문적으로 유통한 조직 등 73명을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호형·호제하던 일당 4~5명이 모여 시작한 대포통장 유통 조직이 7년간 6조 4500억원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전문적으로 대포통장을 유통한 조직 등 73명을 3~5월까지 검거했다고 1일 밝혔다. 대포통장 유통조직은 11명 규모로, 이들은 유령법인 152개를 세워 대포통장 713개를 만든 뒤 통장을 빌려주고 45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포통장 조직을 처음 만든 건 대전에 거주하던 30대 후반 이모씨다. 그는 “2016년 대포통장 유통이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사업을 준비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후 이씨는 대전에서 호형·호제하며 알고 지내던 또래 4~5명에게 접근해 대포통장 유통 조직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2016년 6월 범죄단체에 대포통장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들은 계좌 하나당 월 180~200만원 가량의 대여료를 받았다.

조직은 총책, 관리책, 모집책, 현장책 등으로 구성됐다. 대포통장 유포를 처음 계획한 이씨는 총책으로 전체 업무를 지시했고, 관리책 1명 조직원을 관리했다. 모집책은 대포통장 명의 대여자를 찾고, 현장책은 이를 바탕으로 유령법인을 만들고 대포통장을 개설했다. 이씨는 조직의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은 조직원이 있으면 따로 불러 질타하는 등 위계질서가 철저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조직원들은 명의 대여자가 세탁 자금을 인출한 뒤 도망갈 것을 우려해 가족이나 친분이 있는 지인을 대상으로 명의 대여자를 찾았다. 지인을 통해 명의 대여 희망자를 소개받기도 했다. 조직은 명의 대여자들에게 월 대여금으로 20만~60만원을 지급했다. 캠핑카를 활용한 이동식 사무실을 차려 전국을 돌며 대포통장을 만들기도 했다.

이씨 조직은 경찰 수사를 대비해 명의 대여자들에게 통장 판매 경위와 이유 등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경찰조사 응대매뉴얼을 배포했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이씨 조직은 경찰 수사를 대비해 명의 대여자들에게 통장 판매 경위와 이유 등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한 경찰조사 응대매뉴얼을 배포했다.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

 경찰은 불법 사금융 범죄를 수사하던 2021년 10월 이씨 조직의 존재를 포착했지만, 조직이 일망타진 되기까지는 1년 7개월이 걸렸다. 이씨 등이 수시로 대포폰을 바꾸고 조직원끼리 가명을 사용해 경찰 수사에 혼선을 줬기 때문이다. 또 통장 명의를 빌려준 이들에게는 경찰조사 응대 매뉴얼을 배포하고, “생계를 유지하려 했으나 근무시간 축소로 가정을 꾸리기 어려웠다”는 반성문을 미리 작성토록 하는 등 수사에도 치밀하게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씨 조직 11명을 범죄단체조직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조직원 중 5명은 구속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대포통장 명의 제공자 62명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압수한 대포통장 등을 바탕으로 범죄수익자금을 세탁한 범죄조직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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