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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서도 혀 내둘렀다…블라인드 테스트에 2만5000개 쓴 과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식품 업체 ‘콜루시’의 공장에서 롯데마트 직원이 과자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페루자=최선을 기자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식품 업체 ‘콜루시’의 공장에서 롯데마트 직원이 과자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페루자=최선을 기자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처음부터 제조사 브랜드의 유명세를 뛰어넘긴 힘듭니다. 하지만 과자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에 도전해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도 떠올랐지요.”

고물가에 PB 전성시대 열려…키워드는 ‘차별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콜루시 과자 공장엔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김도원 롯데마트 상품기획자(MD)는 “판매량 상위 PB 제품 10개 중 5개가 과자”라며 “해외 업체와 함께 1년간 공들여 PB 스낵 개발에 나선 이유”라고 설명했다. 200년 전통을 가진 콜루시는 80여 개국에 크래커와 쿠키, 파스타 등을 판매하는 이탈리아 식품 회사다. 다이어터들이 즐기는 비스킷 ‘미주라’ 제조 업체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식품 업체 ‘콜루시’의 공장에서 과자가 생산되고 있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콜루시는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크래커와 쿠키, 파스타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페루자=최선을 기자

이탈리아 페루자에 있는 식품 업체 ‘콜루시’의 공장에서 과자가 생산되고 있다. 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콜루시는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크래커와 쿠키, 파스타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페루자=최선을 기자

롯데마트, 건강 통밀 스낵 8월 출시

롯데마트는 콜루시와 함께 개발한 통밀 스낵 4종을 ‘오늘좋은’이라는 PB 브랜드로 오는 8월 출시 예정이다. ‘건강한 과자’ 콘셉트의 PB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격은 경쟁 상품보다 20%가량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김 MD는 샘플 50박스, 낱개로는 2만5200개 이상을 블라인드 테스트에 썼다.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맛 평가를 받아 가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조르지오 인그라발레 콜루시 수출담당 매니저는 “PB 상품을 개발하면서 이렇게 많은 샘플을 요청한 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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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쳐서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유통 업계가 PB 상품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기존 PB 상품이 ‘가성비’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엔 ‘차별화’ 전략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마트 3사 PB 매출 비중 8~10%

현재 국내 대형마트 3사의 매출 중 PB 상품 비중은 ▶이마트 8% ▶홈플러스 9% ▶롯데마트 10% 수준이다. 식료품에서만 PB가 37%를 차지하는 유럽과 비교하면 아직은 미미하지만, 고물가가 이어지며 지난해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4월 홈플러스·롯데마트의 PB 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씩 늘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품 매출은 18% 증가했다.

기존 제조사 브랜드 상품보다 저렴하면서도 ‘대형마트가 보증하는 품질’을 갖췄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노브랜드 굿모닝 굿밀크 1L 제품 가격은 1780원으로, 같은 용량의 A사 우유(2870원)보다 38% 저렴하다. 롯데마트의 ‘오늘좋은미네랄워터’ 2L짜리 생수(6개 들이)는 2000원으로 E사 제품(6480원)의 3분의 1 이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차별화 상품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가 헬시플레저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아순타 파피 콜루시 품질 담당은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콜루시의 ‘사워 도우’는 발효 반죽이라 소화가 잘되고 속이 편해 한국에서도 경쟁력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는 주요 마트마다 소화하기 편한 ‘글루텐 프리(불용성 단백질 없는 식품)’ 제품을 모아 놓은 코너가 있었다. 그만큼 건강한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식품 업체 ‘콜루시’의 아순타 파피 품질책임자가 ‘사워 도우’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반죽을 발효시켜 시큼한 맛이 나는 사워 도우는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페루자=최선을 기자

이탈리아 식품 업체 ‘콜루시’의 아순타 파피 품질책임자가 ‘사워 도우’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반죽을 발효시켜 시큼한 맛이 나는 사워 도우는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하다는 게 장점이다. 페루자=최선을 기자

이마트도 트렌디하고 새로운 PB 상품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조선호텔 출신의 셰프와 품질 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피코크 비밀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유명 맛집과 컬래버레이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마포의 유명 중식당 ‘진진’과 협업해 ‘피코크 진진 멘보샤’를 내놓았고, 서울 3대 짬뽕으로 불리는 ‘초마짬뽕’도 간편식으로 개발했다.

이마트의 PB 브랜드 피코크의 대표 상품들. 출시 10주년을 맞은 피코크는 메뉴 개발 노하우를 담은 ‘미식기획’ 8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의 PB 브랜드 피코크의 대표 상품들. 출시 10주년을 맞은 피코크는 메뉴 개발 노하우를 담은 ‘미식기획’ 8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사진 이마트

“기존 식품 업체 긴장해야 할 때”

‘홈플러스시그니처’ ‘심플러스’ ‘홈플러스시그니처 홈밀’ 등 3개의 PB 브랜드를 운영 중인 홈플러스는 최근 고급화를 강조한 시그니처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저가에 초점을 맞추던 초창기 PB 시장에서 고급화와 전문화를 앞세우며 2019년 11월 선보인 브랜드다. 대표 상품인 물티슈는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두툼하고 품질이 좋아 출시 한 달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됐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 진열된 PB 상품들. 홈플러스는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PB 상품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홈플러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 진열된 PB 상품들. 홈플러스는 높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PB 상품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사진 홈플러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합리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면서 PB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며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이 ‘싸고 품질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PB 상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통 업체가 다양한 차별화 상품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있어 기존 업체가 긴장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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