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 중량급의 기대주 강상현(20·한국체대)이 첫 출전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상현은 1일 아제르바이잔 바쿠 크리스털 홀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남자 87㎏급 결승에서 이반 사피나(크로아티아)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남자 58㎏급 배준서(강화군청)에 이어 이번 대회 한국의 두 번째 금. 한국이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남자 87㎏급을 제패한 건 지난 2005년 스페인 마드리드 대회 오선택 이후 18년 만이다.
강상현은 경기 초반 12초 만에 주먹 공격으로 한 점을 내줬지만 몸통 공격을 두 차례 성공시키며 6-5로 뒤집어 1라운드를 가져갔다. 2라운드에서도 먼저 머리 공격을 허용하며 3점을 내주고 출발했지만 1-6까지 밀린 경기를 9-7로 뒤집었다. 경기 막판 48초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치며 4차례 연속 몸통 공격을 성공시킨 게 주효했다.
강상현은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한국체대 진학 이전까지 줄곧 제주도에서 생활했다.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국가대표 1진 타이틀도 지난 2월 대표 선발전에서 처음 달았다. 제주도 출신 선수가 태권도 국가대표로 뽑힌 건 지난 2002년 고대휴(현 제주도청 감독) 이후 21년 만이다.
우승 직후 마우스피스를 높이 던져올리며 세리머니를 선보인 강상현은 “제주도에도 멋진 선수들이 많다”며 활짝 웃어보인 뒤 “태권도는 국제대회보다 국내대회를 통과하는 게 더 어려운 종목이다. 같은 생각으로 마음을 편히 먹고 세계선수권에 나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을 석권했지만, 다음 목표인 파리올림픽 도전은 더욱 험난하다. 올림픽에서 남자 중량급 체급은 ‘80㎏ 이상급’으로 묶여 있다. 87㎏급인 강상현을 비롯해 여러 체급 선수들이 치열한 국내 경쟁을 펼친 뒤 승자가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도 한층 수준 높은 경쟁을 벌여야 한다. 80㎏급 기준으로 강상현의 올림픽 랭킹은 65위다.
강상현은 “내 체격이 올림픽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왜소할 수 있지만, 그만큼 스피드에서 앞선다고 생각한다”면서 “파리올림픽에 후회 없이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