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지난 고기 안 팔아” 구멍가게에서 대형 기업으로 변모한 이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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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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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의 작은 시골에서 돼지고기를 소소하게 팔던 한 상인이 있었다. 그 상인이 운영하던 가게는 10년 뒤 거액의 투자를 받으며 3천 개에 달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게 된다. 게다가 글로벌 유니콘 기업(글로벌 기준 611위)으로까지 선정된다. 기업 가치는 무려 125억 위안(약 2조 3375억 원)에 달한다. 중국 신선식품 판매 기업 첸다마(錢大媽)의 이야기다.

사진 터우탸오(頭條)

사진 터우탸오(頭條)

약 11년 전인 2012년 4월, 광둥성 둥관의 한 농산물 직판장에서 조그맣게 돼지고기를 판매하던 주인 펑지성(馮冀生)은 매일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

‘신선도가 떨어져 다음날 팔지 못해 버려야 하는 돼지고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는 고민 끝에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생각을 한다. 그날 팔아야 할 고기를 모조리 팔아치우는 것. ‘하루 지난 고기는 팔지 않겠다’(不賣隔夜肉)는 슬로건과 함께다. 완전히 처분하는 게 아니다. 오후엔 가격을 내리고, 더 늦어지면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모두가 의아해한 이러한 마케팅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루 지난 고기는 팔지 않는다’는 슬로건은 재료의 신선함을 중시하는 광둥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매일 수십 명의 소비자가 첸다마를 방문해 식품을 구매하도록 끌어들였다.

1년 후 펑치성은 농산물 직판장에서 나와 선전시 푸톈(福田)구의 주택가에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판매 품목도 돼지고기에서 채소, 과일, 수산물 등으로 확장했다. 그해에 같은 동네에만 매장 세 곳을 추가로 개업했다. 2014년 들어서는 한 달에 두 개씩 점포를 오픈하는 등 빠른 속도로 광저우와 선전에 뿌리를 내렸다.

수요가 급속도로 팽창한 첸다마. 2014년 5월 펑치성은 공식적으로 농산물, 과일 및 채소, 육류, 수산물 및 기타 식품 판매를 주로 하는 신선 식품 체인 기업인 광저우시첸다마농산품유한공사(广州市钱大妈农产品有限公司)를 설립하게 된다.

사진 woshipm

사진 woshipm

회사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아 30개의 직영점을 오픈한 첸다마는 발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맹 시스템을 구동했다. 마침 중국 지역사회에 신선식품의 개념과 신유통(新零售) 모델이 중국에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그 확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첸다마는 2019년 말까지 무려 1500개의 매장을 오픈했다. 이미 광둥성을 벗어나 화둥, 화중, 화북, 서남 시장에 진출했고, 더 나아가 ‘베이상광선(北上广深)’을 포함한 주요 지방 수도 및 경제 선도 도시에도 매장을 확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첸다마는 신선 식품 매장 3700곳을 열었으며 홍콩에도 30개  이상의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84억 위안(약 3조 4천억 원)에 달했다.

IT 대기업 징둥이 만든 신선식품 기업 세븐 프레쉬(七鲜)는 중국 전역에 66개 매장을,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취급점인 허마셴셩(盒馬鮮生)은 300개 이상의 매장을, 이핀성셴(誼品生鮮)은 18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홍콩에 위치한 첸다마 매장. 사진 바이두 갈무리

홍콩에 위치한 첸다마 매장. 사진 바이두 갈무리

10% 할인에서 “0원”이 되기까지…첸다마의 판매 비결 

지난해 6월 중국체인경영협회(CCFA)가 발표한 《2021년 중국 100대 기업》에서 신선식품 소매 분야 중 첸다마는 36위에 올랐다. 10년 만의 쾌거다. 광둥에서 전국으로, 지역 구멍가게에서 전국 최고의 신선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에는 사업모델의 차별화와 시스템에 있다.

‘하루 지난 고기를 팔지 않는다’는 경영이념은 타 신선식품 브랜드와 차별화된 비즈니스 철학일 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첸다마의 판매 방법은 어떻게 될까. 바로 ‘일청’(日淸) 모델이다. 매일 저녁 7시부터 할인을 시작하고 30분마다 10%의 추가 할인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늦은 저녁 11시에는 무려 90%의 할인을, 11시 30분 이후에는 전 매장에서 고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일청은 곧 첸다마의 기업 가치를 실현하는 ‘키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첸다마의 시간대별 할인율을 알려주는 메뉴판. 터우탸오

첸다마의 시간대별 할인율을 알려주는 메뉴판. 터우탸오

첸다마는 8대 품목, 500여 종의 상품을 이런 식으로 판매, 소진한다. 이는 상품의 회전율을 높이고 신선 식품의 재고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신선한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 매장에 막대한 고객 흐름을 가져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첸다마는 삼천여 개에 달하는 가맹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첸멍 시스템’(钱盟系统)을 구축했다. 각 지역 가맹점에 상품, 노동 솔루션, 회사 서비스, 운영 비용 및 브랜드 신뢰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가맹점과의 양성 협력 모델을 최적화하고 자체 운영 및 가맹점 상생을 실현한다. 첸멍 시스템은 가맹점 관리의 핵심 수단이자 첸다마와 가맹점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끝없는 잡음…15억 중국 입맛 당기기엔 아직 부족해?

그러나 잡음도 끊이질 않는다. 프랜차이즈 모델이 활성화된 이후부터 가맹업자들에 대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1년 11월, 안후이 성 허페이에 위치한 첸다마 가맹점은 중국 언론에 “개업 3개월 만에 총 60만 위안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고, 50만 위안 이상의 손실을 보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엔 푸저우에 있는 첸다마 매장 40곳 중 12개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현재 운영 중인 첸다마의 매장 중 삼천 곳에 달하는 매장이 본사인 광둥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첸다마가 화난(華南) 지역을 떠나 타 지역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기기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첸다마가 중국 화난 지역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제품 품질과 가격을 한 번에 제어할 수 있는 전체 연결 공급망 덕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화난 지역이 아닌 화동, 화북 등 광둥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진입하면 수토불복(水土不服)의 문제가 생겨 공급망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첸다마는 지난해 말부터 장먼(江門), 주하이(珠海), 중산(中山) 등지에서 가맹비를 파격적으로 낮추며 하침 시장(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을 공략 중이다. 기존 매장보다 작은 면적으로 시작해 ‘간이 매장’이라고도 부른다. 이 간이 매장 초기 투자 비용은 약 15만 위안으로 기존 매장보다 약 50% 저렴하다.

2021년 7월 첸다마는 허즈투자(和智投資)가 주도하는 시리즈 D+ 라운드 자금 조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첸다마의 투자 소식이 전해진 건 약 2년 만이다. 데이터에 따르면 첸다마는 설립 이후 총 5차례 투자 자금 조달을 완료했으며 그중 2019년 시리즈D 투자금은 무려 10억 위안(약 1천8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7월 시리즈 D+라운드 이후 첸다마는 선두주자인 허즈투자와 함께 밀키트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재 첸다마는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해 신선한 밀키트를 조리 및 공급하고 있다. 향후 첸다마는 농촌 활성화 및 밀키트 분야에 더욱 투자할 계획이다.

낮은 가맹점 창업 비용과 밀키트. 두 가지 전략 조정이 효과가 있을까. 과연 첸다마의 다음 10년이 더 흥미진진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은수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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