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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마스가 뉴진스 곡을?”…“AI 작품, 진짜인 줄 알면 큰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음악시장 흔드는 AI

음악시장 흔드는 AI

“AI(인공지능) 기술보다 우선했던 것은 음악적 변화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었어요.” 그룹 에이트 출신 발라드 가수 이현(40)은 자신의 노래에 AI 기술을 사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7년간 굳어졌던 이미지를 깨고 싶었던 그는 지난달 15일 ‘미드낫(MIDNATT)’이란 새 이름으로 신곡 ‘마스커레이드’를 발표했다. 신스웨이브 장르 곡인데, 올 초 하이브가 인수한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의 기술을 적용했다.

곡 중반부 여성 보컬은 별도의 피처링 가수가 필요 없었다. 이현 목소리에 AI 기반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을 적용해 여성 음색을 구현했다. 거칠게 표현하는 이현의 창법은 유지됐다. 정우용 하이브IM 대표는 “콘서트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하더라도 이 기술을 이용하면 관객에게 해당 부분을 실시간 여성의 목소리로 들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다국어 발음 교정 기술을 활용해 ‘마스커레이드’를 한국어·영어·스페인어·일본어·중국어·베트남어 등 6개 언어 버전으로 동시 발매했다. 언어별 원어민이 박자 맞춰 가사를 녹음하고, 이를 가수가 부른 각 외국어 버전 노래에 적용한 첫 사례다. 가수의 가창은 살리되 원어민 발음과 강세를 더하는 방식이다.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는 “이들 6개 언어는 전 세계 80억 인구의 절반이 사용한다. 언어적 제약을 넘어 K-팝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음악에서 성별과 언어의 벽을 넘게 만드는 AI 기술은 K-팝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이교구 수퍼톤 대표는 지난 4월 ‘AI와 K팝 산업’을 주제로 한 콘퍼런스에서 “목소리 샘플만 있다면 원래 노래를 완전히 다른 사람 것으로 바꿀 수 있고, 가수의 목소리를 활용해 수천수만 명 팬의 이름을 넣어 부른 노래도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의 적용 형태도 다양하다. 걸그룹 에스파의 가상세계 조력자인 ‘나이비스(nævis)’의 비주얼과 목소리는 AI 기술을 통해 창조됐다. 나이비스는 지난달 8일 공개된 에스파의 미니 3집 선공개곡 ‘웰컴 투 마이 월드’ 피처링에도 참여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나이비스의 솔로 가수 데뷔도 준비 중이다.

가수 이현

가수 이현

작·편곡에도 AI 기술이 활용된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AI 스타트업 ‘주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가수 테이의 히트곡 ‘같은 베개’를 편곡해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OST를 제작했다. AI가 노래를 듣고 음정 길이와 멜로디를 파악해 디지털 악보로 구현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AI 작곡 기업 ‘포자랩스’는 연내에 원하는 곡과 비슷한 느낌으로 AI가 곡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AI로 만든 음악 콘텐트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AI 커버 곡이 대표적이다. 미국 팝가수 브루노 마스 목소리를 학습한 AI가 뉴진스의 ‘하입 보이’를 커버한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3주 만에 조회 수 120만회를 넘었다. 더 위켄드의 ‘큐피드’(피프티피프티), 프레디 머큐리의 ‘양화대교’(자이언티) 등 다양한 커버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더 위켄드와 힙합 스타 드레이크의 신곡으로 화제가 된 노래 ‘허트 온 마이 슬리브’가 AI 기술로 만든 가짜라는 게 밝혀졌다. 박준우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 향유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분명 장점이 있지만, AI 기술 활용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경우 무서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AI가 만든 음악을 인간이 만든 음악으로 오인할 수도 있고,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는 AI 기술로 만든 콘텐트에 그 사실을 정확히 표기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또 저작권을 침해하는 AI 콘텐트를 잡아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음원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운드마우스코리아의 최보나 본부장은 “콘텐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저작권자가 일일이 확인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저작권 이슈는 기술 발전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정책 당국과 업계 인식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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