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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좌측통행 할때, 우측서 대박" 한국판 엔비디아 없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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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엔비디아 열풍에 삼성전자 주식도 훈풍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나흘 연속 신고가를 찍었다. 31일은 잠시 주춤하며 전날보다 1.24% 하락한 7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엔비디아 열풍에 삼성전자 주식도 훈풍이 불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30일 나흘 연속 신고가를 찍었다. 31일은 잠시 주춤하며 전날보다 1.24% 하락한 7만1400원으로 마감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미국 엔비디아가 30일(현지시간)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320조원)를 달성하자 ‘메모리 한파’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두 회사 주가가 상승하면서 증시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왜 한국에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없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국내 업체는 ‘곁불’만 쬘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거대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이 시장을 주도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기술을 선점하면서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차세대 D램을 잇달아 내놓으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챗GPT 열풍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챗GPT 열풍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30일 열린 ‘챗GPT와 AI 반도체의 미래기술 워크숍’에서 “AI 시대에는 대역폭이 넓고, 용량이 큰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시대를 위한 미래 메모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AI 활용에 최적화를 위해 PIM(프로세스인 메모리) 기술은 지속해서 확대·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과 달리 메모리 반도체가 입는 수혜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개발한 H100의 원가에서 GPU가 차지하는 비중은 8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어 중앙처리장치(CPU) 9%, 보드 및 기타 5% 순이다. HBM과 DDR5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 2%에 불과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가 선도하는 메모리 쪽의 원가 할당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HBM은 기존 메모리의 파생 버전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고, PIM은 차세대 제품군이지만 아직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업체가 3년 내 엔비디아를 따라갈 확률은 0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만큼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경쟁력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메모리 업체 입장에서 GPU 업체는 주요 고객사여서, 애초에 이들에 맞설 수 있는 제품 개발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고부가 가치 제품에 주력해 ‘많이 팔고 많이 남기는’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며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좌측통행만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우측에서 대박이 터진 격”이라며 씁쓸해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문가들이 팹리스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 퓨리오사AI, 리벨리온 같은 토종 팹리스 스타트업이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퓨리오사AI는 1세대 AI 반도체인 ‘워보이’에 이어 다음 달 2세대 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국 MIT 출신인 박성현 대표가 2020년 설립한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을 개발하고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회사 인력의 70%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구성돼 있으며, 기술력만큼은 글로벌 팹리스와 경쟁할 수 있을 수준”이라며 “엔비디아 제품을 대체할 만한 챗GPT급 초거대 AI 모델을 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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