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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사 대표에 수억 뒷돈 받고 특혜…KBO 중계권 판매 '복마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를 독점해온 대행업체 대표가 KBO 전·현직 임원에게 청탁과 함께 5억여원의 뒷돈을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면서 KBO의 ‘복마전’ 같은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대행업체의 프로야구 중계권 독점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중계권 독점’ 없어지자 KBO 임원에 청탁 

2023 프로야구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월31일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연합뉴스

2023 프로야구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3월31일 검찰이 압수수색 중인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수민)는 프로야구 중계권 관련 청탁과 함께 약 2억원을 받은 KBO 임원 이모(56)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씨가 KBO의 프로야구 중계권 판매 전담 자회사인 KBOP의 임원을 겸직하면서 중계권 판매를 대행하는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 대표 홍모(55)씨로부터 뒷돈을 받고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에이클라는 KBO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2013년 초까지 IPTV 프로야구 중계권을 공동 독점해왔다. 당시 KT위즈가 없는 9구단 체제에서 하루 4경기가 이뤄졌는데 에이클라가 2경기, 또 다른 대행사인 아이비월드와이드가 2경기의 중계권을 독점하는 구조였다. 스포츠케이블 방송3사는 이들로부터 IPTV 중계권을 구입하지 않고는 자체 제작하는 중계방송 영상을 IPTV사업자를 통해 송출할 수 없었다.

그런데 2013년 6월 KBO가 스포츠케이블 3사에 각 1개 경기의 IPTV 중계권을 주고, 에이클라와 아이비월드와이드에겐 나머지 1개 경기에 대한 공동 중계권만 부여하면서 독점 구조가 해소됐다. 그러자 에이클라 측은 KBO·KBOP 임원인 이씨에게 ‘수익 감소를 최대한 줄일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하면서 약 40여차례에 걸쳐 2억원을 줬다고 한다.

추가 중계권 부여, 경쟁사 배제…현실화한 청탁

30일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객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2023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관객들이 경기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대행업체의 청탁은 일부 현실화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2013년 1월 KBO는 2015년부터 제10구단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하루 4→5경기 체제로 구조가 바뀌었는데, 추가될 1경기의 IPTV 중계권을 에이클라에 주는 식으로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에이클라는 추가로 확보한 중계권을 2015년 5월 스카이라이프TV에 팔았다. 또 2015년 12월 IPTV 중계권 계약이 끝난 뒤 그때까지 공동중계권자였던 아이비월드와이드를 배제하고 에이클라에만 2개 경기의 중계권을 주기도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회삿돈으로 이씨에게 뒷돈을 건넨 홍씨에 대해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형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홍씨는 또다른 전직 KBO 임원에게 고문료 명목으로 2014년 4월~2018년 12월 약 3억1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홍씨는 이씨의 아내가 아마추어 야구기자라는 점을 이용해 범죄수익을 감추려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씨는 이씨에게 돈을 건네면서 이씨의 아내가 야구 관련 콘텐트를 제공하는 데 대한 용역비라고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홍씨와 이씨 모두에게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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