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22~24일 열리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국에 와도 체포되지 않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2019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베트 바펠라 남아공 공기업부 차관은 30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국가 정상을 체포할지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6월에 의회에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이 법을 통해 누가 체포되고 체포되지 않을지에 대한 면제권을 자체적으로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점령지의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은 푸틴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원칙적으로 ICC의 설립 협정인 로마규정 당사국인 남아공은 푸틴이 자국에 입국할 경우, 그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체포 위험에 처한 푸틴 대통령의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남아공 정부가 면책특권을 줘서라도 푸틴 대통령과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러시아와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를 맺고 있는 남아공은 지난해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결의안 채택에 기권한 국가 중 하나다. 남아공 집권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푸틴 대통령의 남아공 방문을 위해 "특정 국가에 대한 ICC의 대우가 부당하다"며 ICC 탈퇴까지 추진한 바 있다.
앞서 남아공 정부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러시아 관리들에게 외교관 면책권을 적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남아공 외무부는 "국제 정상회담 주최국으로서 지켜야 하는 표준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펠라 차관은 ICC에도 이 면제 규정에 관한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남아공의 제1야당 민주동맹(DA)의 반대로 체포 면책특권 관련 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DA는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남아공 입국 시 법적 모호성 없이 ICC의 체포가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적절한 수준에서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가 전했다.

지난 2017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