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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연 선거법 유죄…강용석 '박수현 여자문제' 발언은 무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대 총선을 앞두고 옥외대담을 진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와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을 앞두고 옥외대담을 진행한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와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총선 기간에 후보자를 초대해 야외에서 방송을 진행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관계자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 김옥곤)는 31일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와 강용석 변호사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벌금 200만원, 김용호 전 기자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유튜브 채널에서 ‘박수현 전 청와대 수석이 여자문제로 사퇴했다’고 말해 추가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는 공직선거법(허위사실공표)‧정보통신망법(허위사실공표) 위반에 대해 모두 무죄를 받았다.

강 변호사는 '도도맘' 김미나 씨와 관련해 사문서 위조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받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사건도 있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해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리는 등 개인 송사도 많았지만, 가세연 방송과 관련해 유죄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세연 ‘단체’ 맞고, 후보자 ‘대담’ 맞다… 선거법 위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 뉴스1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김세의 대표. 뉴스1

 이들은 21대 총선 기간인 2020년 3월~4월 자신들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박진, 김진태, 권영세 등 후보자 14명을 초청해 야외에서 인터뷰를 하고, 이를 생중계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87조에서 규정하는 기관‧단체는 공직선거법 81조에 따라 후보자 등을 초청해 대담회를 할 수 있지만, 건물 안(옥내)에서만 해야 한다. 가세연은 건물 밖(옥외)에서 대담을 열어 기소됐다.

김세의‧강용석‧김용호 측은 “우리는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단체에 해당하지 않고, 해당 방송은 대담‧토론회도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들 세 명이)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고정출연하며 출연료 등을 받은 ‘단체’가 맞고, 방송 도중 현장 관객과 소통하며 후보자의 정견이나 공약 등 선거 관련 대화를 나눈 대담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고 배척했다.

강용석 변호사와 김용호 전 기자는 '가세연과 공모관계도 없다'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각자 자기 발언만 독립적으로 한 게 아니라 서로의 발언을 듣고 호응하며 이뤄졌고 사전에 촬영 시기와 장소를 공유하는 등 셋이 공모해 방송이 이뤄졌다고 봤다. 김용호 전 기자는 일부 방송엔 출연하지 않았더라도 전체 방송에 대해 공동정범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강용석, ‘박수현 여자문제로 사퇴’는 무죄 

 무죄 선고를 받은 건 강용석 변호사가 유튜브에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를 놓고 “여자문제로 대변인직을 사퇴했다”고 발언했다가 얻은 혐의(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공표 및 정보통신망법 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이나, 방송을 통해 특혜공천‧불륜 의혹을 언급하고자 했지 어느 직에서 사퇴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방송 당시 영상에서 참조화면으로 게시한 기사와 페이스북 글 등이 모두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사퇴와 관련된 것이라서 방송을 전체적으로 시청한 시청자는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사퇴를 말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어 방송 내용이 반드시 허위사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두 사퇴 간 간격이 길지 않고, 충남도지사 사퇴는 여자 문제와 관련된 점이 인정되는 점도 고려된 결과다. 충남도지사 예비후보 사퇴는 2018년 3월 14일, 청와대 대변인 사퇴는 2018년 2월 2일이다.

강용석 변호사는 31일 선고 이후 취재진에게 ”오늘 유죄가 나온 법 조문들이 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전부 항소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소송으로 남은 말들… “조민 빨간 포르쉐” 명예훼손 내달 선고

 가로세로연구소는 김세의 전 MBC 기자가 2018년 7월 만든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이다. 초창기에 강용석 변호사가 소장을 맡았고, 김용호 전 기자도 함께 다수 영상에 출연했다.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사건마다 강한 발언으로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2023년 5월 현재 구독자 81만명이 넘는다.

가세연의 ‘말’은 이들에게 명성도 가져다줬지만 송사도 남겼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빨간 포르쉐를 타고 다닌다고 말해 허위사실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은 다음달 20일 선고를 앞두고 있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도 있다.

20대 대선 기간에 ‘이재명 후보가 어린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고 주장하거나 이재명 당시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가 자택에서 다친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된 사건도 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연예부장 김용호'라는 유튜브 채널을 따로 운영했던 김용호 전 기자는 개인적으로 더 많은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특정 여배우를 후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동부지법에서 명예훼손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지난 18일에는 2022년 “오세훈 시장이 TBS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의 자리를 보장하는 대신, 김씨도 오 시장의 서울시장 재선에 도움을 주기로 밀약을 했다”고 발언해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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