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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거 위한 현금 복지 확대돼…정치 복지 유혹 흔들리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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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지속 가능한 한국형 복지국가의 기틀로 복지 체계 통합 관리와 경쟁 시스템 도입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사회보장 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복지 사업이 중앙에는 1000여개, 지방에는 1만여개 정도로 난립해 국민이 알지도 못한다”며 “이게 도대체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를 단순화해야 국민이 몰라서 활용 못 하는 걸 없앨 뿐 아니라 서비스 질을 더 고도화하고 성장을 견인해나가는 쪽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복지 사업을 두고 “합리적으로 통폐합해 시장을 제대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사업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는 사업을 하나로 패키지화, 브랜드화할 것”이라며 “부처 입장에선 ‘이건 없애면 안 된다’고 얘기하기 십상이지만, 사회보장위원회에서 적어도 주요 부처 사업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관련 부처 간 협업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공직자가 국민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자기중심, 자기 부처 중심으로 판단하면 부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 이기주의를 두고 “저는 그런 것을 뇌물 받아먹는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들로 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역대 정부가 못했던 것을 이번에 과감히 해보자”고 독려했다.

또 적극적인 규제 개선과 투자 등으로 경쟁 여건을 조성해 ‘복지-고용-성장’의 선순환을 달성하겠다는 복지 서비스 정책 방향도 밝혔다. 먼저 “현금 복지는 선별 복지, 약자 복지로 해야지 보편 복지로 하면 안 된다”고 전제한 윤 대통령은 “일률적으로 돈을 나눠주면 그냥 돈을 지출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를 시장화·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수요자에게 복지 선택의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현금 복지는 정말 사회적 최약자를 중심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현금 유동성을 제공하더라도 바우처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편 복지의 경우에도 “부족한 사람에게는 조금 더 많이, 덜 부족한 사람에게는 조금 적게 해서 어느 정도 균형을 갖춰야 한다”며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사회보장은 우리 사회 스스로를 갉아먹는다”고 비판했다.

사회 서비스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적절한 경쟁 체제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그렇게 하면서 서비스 종사자들에 대한 보상 체계도 점점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비 지출이 방위산업 발전으로, 다시 국방비 증액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소개하며 “사회보장이나 사회복지서비스도 마찬가지 논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안상훈 사회수석은 브리핑에서 “사회 서비스는 정부가 재정으로 뒷받침하되 다수의 창발적 민간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취약계층 위주로 주어지는 사회 서비스에 일부 자부담을 도입해 중산층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의에서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 복지의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국민 행복을 위한 사회보장 역시 성장과 함께 갈 수 있도록 고쳐달라”고 주문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해 현금 복지가 원칙 없이 확대됐다”며 “서비스 복지는 재정에만 의존한 채 품질 제고와 종사자 처우 개선이 힘든 상태로 방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복지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 윤석열 정부가 역사적 사명으로 여기는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적어도 윤석열 정부 임기 동안에는 표가 되거나, 인기가 좋다고 해도 전 국민 지원금 등의 방식으로 현금을 뿌리는 것은 철저히 지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14개 부처 장·차관, 9개 사회보장 관련 위원회 소속 민간위원,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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