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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2만명 서울 집회…경찰 6년만에 '캡사이신' 허리에 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불법 집회 해산을 위해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열린 민주노총 집회가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는 2만명 규모의 민주노총 경고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전에 신고된 종료시간(오후 5시)을 넘긴 오후 5시 10분이 되자 경찰은 “교통 통제를 위해 17시까지 집회하도록 했다”며 “장애와 불편이 계속 유지될 경우 경찰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강제해산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 방송했다.

3차에 걸친 경고 방송 끝에 오후 5시 20분 민주노총 측은 집회 종료를 선언하고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장을 빠져나갔다.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집회 해산 과정에서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던 5차선 중 4차선의 통행을 재개하자 “무대를 철거해야 할 것 아니냐.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하는 등 갈등이 일었다.

서울 도심 집회 나선 민주노총…“폭력 정권” 주장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대로에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서윤 기자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대로에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장서윤 기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본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2시 서울고용노동청·전쟁기념관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무대에 오른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찰은 강제해산 훈련까지 하면서 오늘의 우리 집회에서 불법성이 있으면 캡사이신을 쏘겠다고 한다. 이제는 물대포까지 나오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경찰의 집회 대응 기조를 비판했다.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사전집회에서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제 박근혜까지 쓰다 그만둔 캡사이신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강제 진압 훈련을 시작했다”(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는 말이 나왔다. 오전 5시 30분쯤 광양 포스코 앞 고공농성 진압 과정에서 벌어졌던 경찰과 노조의 물리적 충돌을 두고는 “떨어질 위험이 다분한데 이 살인 정권, 살인 경찰은 노동자를 진압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물러서면 다 죽는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건설노조 뚝심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는 구호를 외치며 이에 호응했다. 오후 3시 30분쯤 사전 집회를 마친 뒤 이들은 “민주노총 단결해서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고 외치며 본집회에 합류하기 위해 세종대로로 행진했다.

기동대 허리춤엔 소형 캡사이신 분사 기구…긴장감 고조 

31일 오후, 민주노총 집회에 투입된 경찰이 허리춤에 소형 캡사이신 분사기를 차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세종대로를 향해 행진해 본집회에 합류했다. 이찬규 기자

31일 오후, 민주노총 집회에 투입된 경찰이 허리춤에 소형 캡사이신 분사기를 차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사전 집회를 마치고 세종대로를 향해 행진해 본집회에 합류했다. 이찬규 기자

서울경찰청은 80개 중대(5000여명)를 동원해 집회 관리에 나섰다. 특히 집회 현장에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거듭 예고했던 캡사이신 분사 기구도 등장했다. 시위 현장 곳곳에 ‘예비 캡사이신’이라는 글자가 적힌 가방이 놓였다. 야광 조끼 앞주머니에 소형·중형 캡사이신 분사기를 찬 경찰 기동대원들도 눈에 띄었다. 경찰은 지난 25일 불법 집회·시위 해산 훈련을 6년만에 재개하면서 훈련에 고추에서 추출한 천연성분인 캡사이신 분사를 활용한 대응을 포함시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경비 대책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남대문경찰서에 방문하면서도 캡사이신 동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청장은 “부득이 사용이 필요하다면 현장지휘관의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며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시민의 자유를 볼모로 관행적으로 자행되어왔던 불법에 대해서 경찰로서 해야 할 역할을 주저없이 당당하게 하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이날부터 오후 7시에 중구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경찰은 문화제에 대해 신고한 인원수(1800명) 범위를 벗어난 집회에 대해서는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전날 경찰청에서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 “야간문화제를 빙자한 불법 집회를 강행하거나 집단 노숙 형태로 불법 집회를 이어갈 경우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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