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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3년간 교육교부금 42조 과다 지출”…교총 “지금도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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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네 번째부터)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네 번째부터)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 교부금(지방 교육 개정 교부금)이 과도하게 걷혀 수십조원이 남아 도는 ‘잉여 교부금’이 감사원의 감사에서도 적발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 교부금은 지방 자치 단체의 교육 기관 등이 국가로부터 받아 유아·초·중등교육에 사용하는 돈이다. 법에 따라 내국세의 20.79%가 책정된다. 감사원은 31일 ‘지출 구조조정 추진 실태’ 주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행 교육 교부금 산정과 사용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2020년부터 매년 재정 건전성 확보 및 여유 재원을 파악하기 위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 “교원 인건비·학교 시설비 부풀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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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최근 3년간(2020~2022년)의 교육 교부금 편성 내역을 검토한 결과, 불필요한 금액을 과하게 산정하고 수입액은 누락하는 등 3년간 총 42조6000억원의 교부금이 부풀려졌다고 밝혔다. 과다·중복된 교부금 규모는 2020년 4조5000억원에서 2022년 26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감사원 분석대로라면 3년간 국가에서 지자체의 교육 기관 등에 지급된 교육 교부금 195조1000억원 중 21.8%(42조6000억원)는 ‘꼭 필요한 사용처가 있지 않은’ 여유 재원에 해당한다.

교육 교부금이 과다·중복 산정된 부분은 교원 인건비와 교육시설비·환경비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가 교원 인건비를 계산할 때 규정과 달리 처우 개선율과 호봉승급분을 중복으로 넣어 4조4000억원을 과하게 산정하고, 급식실 개선비와 시설물유지 관리비를 학교경비와 교육환경개선비에 각각 중복 포함해 21조1000억원을 중복 계산했다는 것이다.

그린스마트스쿨 조성사업 등 공사가 지연돼 집행이 어려운 공사비도 수요액에 포함해 3년간 시설비 1조2000억원이 과하게 산정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측은 “강원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편성 사업 집행 내역을 점검했는데, 겨울이라 공사가 어려운데도 교부금 사용을 위해 불필요한 학교 도색 사업을 진행해 333억원의 예산을 집행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편성 내역으로 교부금 줄일 부분 확인”

특별한 지역 현안에 대해서만 교부해야 하는 특별 교부금도 중복해서 교부하거나(7000억원), 세수 증가에 따라 추가 확보된 교부금(20조8000억원)을 지역별 재정 부족 상황과 관계없이 학교·학생 수 기준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하기도 했다. 반면 잉여금이나 자체수입과 같은 수입액은 3년간 10조8000억원을 적게 계산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과다·중복된 교부금은 실제로 잘못 사용됐다기보다 다른 필요한 곳에 사용되거나, 다음 해 이월금 또는 지방교육재정 기금적립금에 포함됐을 것”이라며 “이번 감사에서는 적절하게 사용했는지를 조사한 게 아니라, 편성 내역만을 분석해 교부금 중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알아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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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060년 학생 1인당 5950만원”

감사원에 따르면 교부금은 2012년 39조2000억원에서 2022년 81조3000억원으로 10여 년 사이 두배 이상으로 늘었다. 교육 환경이나 다른 재정 여건과 무관하게 매해 고정 세율에 따라 돈이 걷히기 때문이다. 예산 당국은 중앙정부 부채 증가·학령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교부금을 삭감하거나, 유아·초·중등교육뿐만 아니라 보육과 대학 교육 등에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교부금 전망에 따르면 ‘내국세 연동 방식’을 유지할 경우 교부금은 2021년 64조7000억원에서 2060년 176조8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도 2017년 800만원에서 2060년 5950만원으로 7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감사원 측은 “향후 수요자 감소와 교부금 증가를 고려하면 여유 자금이 느는 상황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가 전체의 재원 배분 효율성을 높이고 지방교육재정에 필요 이상의 재원이 집중되지 않도록 환경 변화에 맞춰 교부금 규모를 조정하는 등 적정한 규모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교육환경과 그 시기의 재정 여건을 반영해서 교육 예산도 지금처럼 뭉텅이로 선분배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편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1970년대에 학교가 부족하고 학생이 많았을 때의 기준을 여건이 변했음에도 현재와 미래까지 적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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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교육 질 개선하려면 지금도 부족”

교육 교부금을 사용하는 시·도교육청 등 교육계에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현 교부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측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육재정 수요는 줄지 않는다”며 “과밀학급을 해소하고 노후한 학교 시설을 복구하는 등 교육의 질 높이려면 예산 더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학령인구가 줄더라도 학급 수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시설비 등은 유지해야 하고, 맞춤형 교육을 위해선 1인당 교육비가 과거보다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도 “2016~2017년에는 지방채가 13~14조원 정도라 적자 경영을 했는데, 최근 3년간 세수 여건이 좋아져서 흑자 경영을 하는 상항황이라며 “유보통합이나 대학재정여건 강화 등을 위해선 앞으로 교부금을 통해 투자해야 할 사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국회의장은 정부·여당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부수법안 지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왼쪽에서 네 번째)이 지난해 12월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국회의장은 정부·여당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부수법안 지정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김병주 영남대 교수는 “교부금은 내국세에 연동되나 보니 돈이 모자랄 때도 있고 남을 때도 있는데, 올해는 세수가 적게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처럼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이나 보육쪽으로 교부금이 나눠지면 더욱 남는 돈이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원단체들은 교육 교부금을 유아 보육이나 대학 재정에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교부금으로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교육부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교총은 “유보통합 차원에서 어린이집을 상향평준화하려면 복지부가 지원하던 어린이집 예산을 교육부로 먼저 이전하거나 교부금 교부율을 그만큼 높이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유·초·중·고 학생 교육 활동에 직접 사용할 경비는 지금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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