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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작년 中 수출하려는 제품 4분의1 막았다"...中기업 '탈중국'은 심화

중앙일보

입력

미국 상무부가 지난해 자국 기업들이 중국 판매를 허가해달라며 신청한 '수출 승인 요청' 중 4분의 1가량을 반려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국가·경제안보 등을 이유로 대(對)중국 수출통제를 강화한 결과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AP=연합뉴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AP=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테아 로즈먼 켄들러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수출행정 담당 차관보는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31일 열릴 '중국 대응: 미국 국가·경제안보 및 외교정책 발전' 청문회에 앞서 서면으로 이같이 알렸다. BIS는 첨단기술·제품과 군사·상업용으로 두루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 품목 등에 대해 수출통제를 지휘하는 기관이다.

켄들러 차관보에 따르면 BIS는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에 미국 수출업자들이 중국을 대상으로 수출·재수출 승인을 요청한 5064건의 상품·소프트웨어·기술 중 26%를 거부 혹은 반려했다. 승인율은 74%로 2021회계연도(67%)에 비하면 올랐지만, 수출 승인 요청 건수 자체가 약 860건 줄었다. 켄들러 차관보는 "많은 수출업자가 거부될 것 같은 품목에 대한 승인 신청을 처음부터 아예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승인 요청 평균 처리 기간도 약 90일로 전년(76일)보다 보름가량 늘어났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지난해 미 상무부가 중국에 수출을 허가한 품목이 줄어들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수출통제 강화로, 지난해 미 상무부가 중국에 수출을 허가한 품목이 줄어들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상무부가 관련 심사를 더욱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노릴 뿐 아니라 군사적 야심도 키우고 있어서다. 켄들러 차관보는 "중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를 발전시켜 인민해방군을 키우려 한다"며 "자칫 중국의 군 현대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미국 기술이 새나가지 않도록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특히 이중용도 품목을 적극 수입하려 하기 때문에 관련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간기업·자본이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일을 막으려는 미 정부의 계획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위에 역시 서면을 통해 의견을 전달한 재무부 측은 "미국 자본의 투자가 우리의 국가안보를 약화하고,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하겠다"며 행정명령의 구체적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관련 규제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쇼핑앱 테무. 중국 PDD홀딩스가 모회사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쇼핑앱 테무. 중국 PDD홀딩스가 모회사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등 미 정부가 '디커플링' 페달을 밟고 있음에도, 미국과 중국 간 교역량은 늘고 있다. 지난 2월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규모는 6906억 달러(약 915조원)로 2018년(6615억 달러, 약 876조원)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약 3829억 달러(약 507조원)에 달해 역대 두 번째로 컸다.

美정부 규제강화에 中 기업가들 '탈중국' 모색

이와 관련, 미국 정부의 중국 옥죄기가 점점 세지는 탓에 중국의 기술기업 창업가들이 점점 '탈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기업, 특히 테크기업들은 미국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사업을 운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미국 등 서구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이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일본·싱가포르·아일랜드 등으로 본사를 옮겨 최대한 미국의 '감시망'을 피하려 한다는 얘기다. 아예 다른 나라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얻는 창업자도 느는 추세라고 한다.

중국 최대통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를 시작으로, 중국 기술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최대통신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화를 시작으로, 중국 기술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패션기업 '쉬인(Shein)'을 설립한 크리스 쉬 CEO(최고경영자)가 지난해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며 이곳 영주권을 취득한 일이 대표적이다. 미국 10대 사이에서 유명한 쇼핑앱 '테무(Temu)'의 모회사인 IT기업 PDD홀딩스도 이달 초 본사를 중국 상하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옮겼다. 쉬인은 올해 미국 증시 상장을 노리고 있으며, PDD홀딩스는 나스닥 상장기업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에서 기술기업을 창업한 이들의 최종 목표는 대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탈중국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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