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좀비마약' 펜타닐 제조 관여한 中·멕시코 개인·기업 17곳 제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정부가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을 섞은 불법 의약품 생산에 관여한 중국·멕시코 소재 단체와 개인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제재 대상은 중국 단체 7곳과 개인 6명, 멕시코 단체 1곳과 개인 3명이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 금융정보차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초강력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중독자·사망자 급증을 부채질하는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 관여한 이들이 제재 대상"이라면서 "펜타닐이 첨가된 약물이 매년 미국 가정 수천 곳을 황폐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펜타닐은 당초 진통제로 개발된 의약품이지만, 적은 양으로도 효과가 강하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일부가 마약 대용으로 남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펜타닐 등 마약으로 한 해 10만명 넘게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의 세관 테이블에 놓인 펜타닐이 담긴 비닐 봉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펜타닐 등 마약으로 한 해 10만명 넘게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의 세관 테이블에 놓인 펜타닐이 담긴 비닐 봉지. 로이터=연합뉴스

미 정부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이들은 분말을 압축해 일반 알약처럼 만드는 성형기계(알약 프레스) 등을 미국·멕시코 등에 판매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특히 중국 유리기술개발유한공사는 미국 내에서 불법 약물을 제조하는 개인에게 알약 프레스를 배송했다. 미 당국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펜타닐이 대개 중국에서 원재료를 수입해 멕시코에서 제조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번 제재는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 일환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사상 최고치인 10만9680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68%인 7만5000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지난해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는 펜타닐 중독으로 코로나19, 총기·교통사고 등을 제쳤다.

이달 초 발표된 미 CDC 보고서에 따르면 펜타닐 과다 복용에 따른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이 2016년 5.7명에서 2021년 21.6명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펜타닐로 인한 10만 명당 사망률이 3.8배 뛰어오른 것이다.

펜타닐은 금단 현상으로 살을 태우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수반돼 끊기 어렵다고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한 마약상들이 펜타닐을 우울증과 불안 장애 치료제 자낙스,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애더럴인 것처럼 속여서 길거리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판매한다.

한국에서 압수된 마약성진통제 '펜타닐 패치'. 사진 경남경찰청

한국에서 압수된 마약성진통제 '펜타닐 패치'. 사진 경남경찰청

미 당국은 펜타닐 유통과 관련해 중국과 멕시코의 연결 고리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불법 펜타닐을 만드는 멕시코 마약 밀매 조직에 펜타닐 활성화 물질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 중국 기업 2곳을 제재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미 중국대사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중국)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 권익을 엄중하게 침해한 데 대해 중국 측은 강하게 규탄한다"며 "중국 측은 중국 기업과 개인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대사관은 알약 프레스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산업 생산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며 "국제 화물이 불법적 목적에 쓰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수입하는 측의 기본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주멕시코 중국 대사관도 성명을 통해 "펜타닐이 중국에서 나오는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지적은 중국을 악의적으로 오도하는 근거 없는 언동이며 사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