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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2500억' 900명 당했다…구리 전세사기 총책 14명 송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찰이 압수한 1000여건의 분양계약서와 임대계약서.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이 압수한 1000여건의 분양계약서와 임대계약서.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이 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벌인 총책 등 3명을 구속하고 14명에게는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됐다.

경기 구리경찰서는 사기 및 범죄집단조직 등 혐의로 총책 A씨와 명의대여자 B씨, 대부 중개업체 직원 C씨 등 3명을 구속 송치하고 공인중개사 등 2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가운데 A씨와 A씨가 운영하는 회사 소속 직원, 명의 대여자를 알선한 대부업체 직원 등 14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조직죄가 적용됐다.

범죄조직도.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범죄조직도. 사진 경기북부경찰청

경찰은 A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뿐만 아니라 명의 대여자를 소개해준 대부업체 직원 등이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고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했다. 사기죄 형량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 범죄집단조직죄가 함께 적용되면 처벌 수위가 훨씬 높아진다.

피의자들은 회사를 운영하며 분양 성공 리베이트를 챙겼지만,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는 등의 이유로 현재 보증금을 내줄 돈은 거의 남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에게 협력한 공인중개사 50여명을 추가 조사할 예정이며 A씨 등이 보유한 자산을 추적해 몰수·추징할 예정이다.

‘동시 진행 및 무자본 갭투자’…자본금 없이 900여채 사들여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경기·인천 일대에서 속칭 ‘동시 진행 및 무자본 갭투자’ 형식으로 자기 자본금 없이 오피스텔 등 900여채의 주택을 사들여 임대한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다. 피해자는 900여명이며, 현재까지 파악된 보증금은 2500억원 규모다.

수사 결과 A씨가 운영한 부동산 컨설팅 업체는 빌라 등이 새로 지어지면 바로 세입자를 구해 전세 보증금을 받아 건물을 매입하는 ‘동시 진행 및 무자본 갭투자’ 형태로 보유 주택 수를 늘리면서 건축주가 내건 분양 성공 리베이트를 챙겨 나눠 가졌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대부분 매매와 전셋값이 비슷한 ‘깡통 빌라’였다. 하지만, 리베이트를 약속받은 공인중개사들은 문제점은 숨긴 채 감언이설로 임차인들을 모았다.

A씨는 500여채의 빌라를 소유하다 세금 등 문제로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기 어렵게 되자 대부업체를 통해 명의를 빌려줄 대여자도 모집했다. 구속된 대부 중개업체 직원 C씨 등은 향후 발생 수익의 일정 부분을 약속받고 구속된 명의대여자 B씨 등을 알선했다. B씨 명의의 주택은 344채다. 이외에도 20∼30채를 보유한 명의 대여자 3명이 더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자기 자본 없이 수백채의 부동산을 보유한 A씨는 집값 상승으로 큰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전세금을 못 돌려줄 처지가 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A씨 등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시장 상황을 예측 못 해 투자 실패를 했을 뿐 사기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보증금을 받지 못해 피해 신고를 한 세입자는 78명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피의자들이 보유한 다수의 주택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2월 초 전세 기간이 지났으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건 접수 후, 압수 수색 과정에서 A씨의 주거지에서 1000여건의 분양계약서 및 임대계약서를 압수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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