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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40) 막강 명문인 원소, 자질부족과 자중지란으로 멸망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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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책씻이는 원소의 패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원소는 삼국지 초기 군웅할거 시기에 가장 막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사세삼공(四世三公)’을 배출한 명문가 집안의 자손이고, 하북 지역을 장악한 최대의 군벌이었습니다. 제후들이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할 때에는 그를 연합군의 맹주(盟主)로 추대할 정도였습니다. 원소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러울 것 없는’ 환경이 원소에게는 결정적인 단점이 됐습니다.

삼국지 초기 최대의 군벌이었던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삼국지 초기 최대의 군벌이었던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원소는 삼국시대 개막의 주인공이었습니다. 대장군 하진이 십상시를 처치하려다가 되레 그들에게 죽자, 원소가 이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면서 후한은 절망의 시기로 빠져들었기 때문이지요. 우리에게 〈삼국지강의〉로 잘 알려진 이중텐 교수도 ‘사족지주계급’인 원소가 권력을 잡기 위해 하진에게 십상시를 절멸시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십상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동탁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결국 원소는 수고롭게 재주만 부린 꼴이 됐습니다.

막강한 권력과 군사력을 이끈 원소. 그가 패망한 이유를 들라 하면 첫째로 우유부단하고 임기응변에 능하지 못한 성격을 듭니다. 이런 성격은 조조와 함께 방탕한 청년 시절을 보내던 이야기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조조가 원소와 함께 밤중에 결혼식이 있었던 집에 몰래 들어가서 “도둑이야!”하고 소리쳤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둘러보는 사이에 둘은 칼을 빼들고 들어가서 신부를 겁탈한 뒤 나왔다. 오는 도중에 길을 잃어 가시나무 속으로 떨어져 원소가 꼼짝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원소를 본 조조는 “도둑이 여기 있다!”고 크게 소리쳤다. 원소가 다급하게 자기 힘으로 뛰쳐나옴으로써 둘은 붙잡히지 않았다.’ 

반동탁연합군의 맹주로 추대되었던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반동탁연합군의 맹주로 추대되었던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친했습니다. 조조는 이때 원소의 성격을 나름대로 잘 파악했습니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원소는 생각을 다듬기보다는 그저 정상에서 즐기기만 하는 인간형이었습니다. 원소의 우유부단한 성격은 연의에 수시로 나타납니다. 조조의 공격을 받은 유비가 도움을 청할 때, 참모가 조조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건의했지만 막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관도대전 초반에 관우가 안량을 베었을 때 유비를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 유비의 말에 혹해서 다시 생각을 바꾼 것도 우유부단한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원소의 성격 중 더욱 치명적인 것은 고집이었습니다. 부하들의 건의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일을 처리합니다. 안량이 관우에게 죽자 문추가 나섭니다. 원소는 문추에게 10만 병사를 주며 관우를 무찌르라고 합니다. 원소의 책사인 저수는 성급하게 공격하지 말고 지연책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고 제언합니다. 원소는 크게 노해 저수에게 모멸감을 주며 야단을 칩니다. 원소에게 혼쭐이 난 저수가 물러 나와 한탄하는 말 속에는 원소의 안하무인 성격과 전략 없는 싸움만 하려는 장수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관도대전에서 조조에게 대패한 뒤 흐느끼는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도대전에서 조조에게 대패한 뒤 흐느끼는 원소. 출처=예슝(葉雄) 화백

윗사람은 자기 생각만으로 꽉 차 있고, 아랫사람은 공만 세우려 나대니 아득한 황하를 내가 건너야 할 것인가?

원소는 조조의 본거지인 허도를 기습하라는 허유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참모들의 권력다툼에 놀아나 사태를 직시하는 힘을 잃어버립니다. 일급비밀을 알고 있는 참모를 한창 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적에게 투항하게 했으니, 설사 천만 대군이 있다 한 들 어찌 이길 수 있겠습니까.

모종강은 원소가 모두 세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평했습니다.

‘조조가 여포를 칠 때 원소가 전군을 휘몰아 허도를 기습할 수 있었는데 기습하지 않은 것이 첫째요, 조조가 유비를 칠 때 원소는 또다시 전군을 몰아 허도를 기습할 수 있었는데 기습하지 않은 것이 둘째요, 여포가 이미 멸망하고 유비가 이미 패퇴한 뒤에 싸우고 있으니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하지만 이때라도 관도에서 조조의 앞을 막으면서 일부 군사로 허도를 기습해 조조의 뒤를 끊었다면 이기지 못한다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세 번째다.’

조조는 관도전투에서 원소군을 대파시킴으로써 중원의 패자로 부상했습니다. 모종강은 의심 많은 두 사람의 싸움에서 조조가 이길 수 있었던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원소는 의심을 잘한다. 조조 역시 의심을 잘한다. 그러나 조조는 의심하는 일을 순욱이 판별해 주면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승리를 이끌어 내고, 원소는 의심하는 일을 저수가 판별해 주어도 계속 의심하고 허유가 다시 판별해 주어도 더욱 의심하다 패했다.

조조는 의심할 것을 의심하지만 또한 믿을 것은 믿는다. 한맹이 수송하는 군량이 적을 유인하려는 게 아닐까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러나 원소는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도 의심하고 믿지 말아야 할 것도 믿는다. 조조가 순욱에게 보내려던 편지를 보고는 거짓이라고 의심하고, 심배가 허유를 모함하는 편지를 보고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허유의 허도를 기습하자는 말은 속임수라고 의심하고 곽도가 장합을 모함하는 말은 정말이라고 믿어 패했다.’

원소의 또 다른 결점은 자신의 잘못을 부하들에게 전가(轉嫁)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지도자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덕목인데 원소는 이 점에서도 자격이 없습니다. 모종강은 원소의 이러한 점을 조조와 대비해 잘 정리해놨습니다.

조조는 오환을 이기자 ‘내가 이기게 된 것은 천행이다. 앞서 나를 간한 것은 바로 만전을 기하려는 계책이었다.’며 간하던 사람에게 상을 주고 ‘다음에도 말하기 어려워 말라.’고 했다. 원소는 관도에서 패하자 ‘모든 사람은 내가 패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드시 슬퍼하겠지만 오직 전풍만은 그렇지 않고 자신이 한 말이 맞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이다’라며 결국 전풍을 죽였다. 현명한 주인을 위해 계책을 올리면 충성스러운 말이 비록 맞지 않아도 상을 받고, 용렬한 주인을 위해 계책을 올리면 충성스러운 말이 비록 맞아도 벌을 받는다. 어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

원소 패망의 절대적 이유를 한 가지 더 꼽는다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들 수 있습니다. 난세에는 무엇보다도 형제 자식 간의 화합이 최대의 힘입니다. 형제와 자식이 똘똘 뭉쳐야 이를 보고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날 테니까요. 하지만 원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초기에는 동생인 원술과 불화했고, 원소가 죽은 이후에는 자식들 간에 쟁투(爭鬪)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적을 물리치기는커녕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데 어찌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원소 집안의 난리를 보면 진실로 예부터 형제가 협력하지 않고 큰일을 계획해 성공한 예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원의 형제들은 성이 달랐는데도 친형제 같았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손권이 오나라를 차지하게 된 데에는 ‘너는 나만 못하고 나는 너만 못하다’는 형이 있었고, 조조가 위나라를 열기까지에는 ‘차라리 조홍은 없어도 되지만 조조는 없어서는 안 된다’는 아우가 있어서 마음과 덕을 합쳤다. 이러함으로써 제업(帝業)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원씨들은 원소와 원술이 앞에서 서로 불목(不睦)했고 원담과 원상이 뒤에서 서로 싸웠다. 각자가 창이 되고 방패가 되어 적들에게 이익만 더해 준 꼴이다. 어찌 거듭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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