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중국의 이차전지 산업과 우리의 대응

중앙일보

입력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차전지의 핵심 광물은 물론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대한 기술을 내재화하고 원가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을 장악해 오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차전지의 핵심 광물은 물론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대한 기술을 내재화하고 원가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을 장악해 오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을 제정한 데 이어 지난달 4월 17일엔 재무부가 IRA에 의해 7500달러의 세금 감면 대상이 되는 전기차 목록을 발표했다. IRA 법안의 주요 목표는 중국산 이차전지 산업의 발전을 막고 이를 ‘미국화하기 위한 것(made in America)'이다.

중국산 자동차 배터리를 차단하기 위해 배터리 부품의 50%를 북미(미국-캐나다)에서 생산하거나 조립해야 차량당 3750달러(약 494만 원)의 세금 감면을 받고, 나머지 3750달러는 배터리의 주요 금속 광물 중 40% 가 미국 또는 미국 FTA 파트너 국가에서 생산되어야 혜택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중국산 핵심 광물이나 소재 및 부품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인 폭스바겐, BMW, 닛산, 현대, 볼보 차 등은 감면 대상 목록에서 제외했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 테슬라와 GM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되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이차전지의 핵심 광물은 물론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에 대한 기술을 내재화하고 원가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망을 장악해 오고 있다.

중국은 내수시장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세계 이차전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전기차 생산과 판매는 세계 1위로 부상해 있다. 중국의 강점은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보조금의 지급으로 원가경쟁력을 갖춘 데다가 내수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중국의 전략

중국기업은 오래전부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아프리카와 남미 등 해외광산 투자로 원료 광물을 확보한 뒤 제련과 처리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이차전지 원료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키워왔다.

중국은 아세안 지역과 EU 지역에 대한 현지 직접투자(FDI)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서방의 견제를 회피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이차전지와 전기차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차세대 삼원계(NCM) 배터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선점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주도의 이차전지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독자 표준을 정하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친환경 에너지 관련 ESS용 이차전지의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중국 위주의 공급망 구축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는 데 이 또한 위협적이다. 게다가 폐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구축에 있어선 독보적이다.

중국기업은 오래전부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전략산업으로 인식해왔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기업은 오래전부터 니켈, 리튬, 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전략산업으로 인식해왔다. 사진 셔터스톡

한국의 도전과 대응

이차전지 배터리는 반도체 등과 함께 정보산업(IT)의 3대 핵심부품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산업 분야다. 우리는 30년 만에 이차전지 기술 강국으로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20년간 반도체에 이어 이차전지는 우리 산업의 꽃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이차전지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의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요한 원료인 리튬과 니켈, 구리 등 핵심 광물은 상당 부분 중국 현지 공장이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변동이나 시장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핵심 광물의 공급이 끊어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대비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우리는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넓히고, 미국이나 유럽 및 일본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은 2030년까지 이차전지 글로벌시장 점유율 목표를 2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민관이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기업이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변칙적인 방법으로 해외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 우리 기업에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현재 고급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와 관련해 한국산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또 어떻게 되었던 미국이 IRA 법으로 중국의 약진을 막아주는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로 작용한다.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면서 고급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이차전지 산업 강소기업 클러스터 구축, 차세대 전지 개발, 핵심 인재의 양성과 교육은 기본이다. 우리가 주축이 돼 미국, EU, ASEAN과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분야에 있어 정교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동맹 전략이 절실하다.

신(新)냉전 체제에서는 국가의 전략이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같이 원료 광물 확보에 직접 개입하는 강력한 계획경제 체제와 경쟁하려면, 우리 정부도 국가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자원개발 기금운용이나 자원개발 연계 정부개발원조(ODA) 등 법과 정책으로 지원해야 한다. 왜냐하면 반도체와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글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차이나랩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